▶ 화제 - 폭염특수 누리는 얼음배달업 강윤규씨
“단순노동이 주는 보람과 즐거움은 경험자들만이 알 수 있습니다. 20개들이 대형 얼음자루를 어깨에 짊어지고 스토어에 들어가면 업주가 환한 웃음으로 반겨줄 때 인생의 행복감을 만끽합니다.” 때늦은 폭염으로 요즘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한인을 꼽으라면 단연 얼음배달업을 하고 있는 강윤규씨(63)다.
수은주가 세 자리 숫자에 가까워지면 평소에 비해 3배가 넘는 300개에서 400개에 이르는 대형 얼음자루를 배달하는 강씨는 12시간 이상 LA 곳곳을 돌면서 운전을 하는데 마일리지만 하루 200마일이 넘는다.
배달량 평소 3배, 하루 12시간 200여마일 운전
마진 적어도 여름엔 월 순익만 1만3,000달러
“운전 중 얼음배달 주문전화가 계속해서 들어오기 때문에 요즘은 정말 정신이 멍할 정도로 일을 하고 있다”는 강씨는 “보통 하루에 2번 정도 공장을 방문하는데 지난 주말부터는 공장이 오픈하는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하루 4~5번을 들러 얼음을 구입해 고객들에게 배달하고 있다”고 말한다.
60대에도 불구하고 수십파운드에 달하는 얼음자루를 가볍게 짊어지는 강씨는 젊은 시절 유도와 바디빌딩 등 운동에 빠졌던 시절이 지금 생업에 도움일 될 줄을 정말 몰랐다고 전한다. “수도경비대 출신으로 강인한 훈련을 받았는데 당시를 기억하면 지금 배달업무는 일도 아니다”라는 강씨는 “요즘은 돈을 내고 운동을 하는 시대인데 나는 돈도 벌고 몸도 움직이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고 자랑한다.
강씨는 한국에서 그야말로 잘 나가는 기업의 ‘사장님’이었다. 방사선의약품 업체를 수십명의 직원들과 함께 잘 이끌어나가고 있다가 IMF라는 암초에 부딪쳐 회사 문을 닫았다.
3~4년간 허송세월을 보내다가 2000년대 초반 혈혈단신으로 LA에 도착했다. 후배의 권유로 시작한 것이 바로 얼음배달이다. 처음에는 어카운트가 40개 정도였는데 1팩을 오더해도 24시간 언제든지 배달하고 고객 가게에서 사용하지 않는 냉장고를 얼음과 바꿔 다른 가게에 무료로 전달하는 재활용 서비스 등을 제공하면서 어카운트는 현재 200여개로 늘었다.
얼음배달이라고 얕보면 안 된다. 성수기인 여름철 강씨의 순익은 월 1만3,000달러를 훌쩍 넘는다. 팩 당 겨우 1~2달러의 마진이 남지만 하루 수백개를 배달하다 보면 400~500달러의 수익을 거뜬하게 올리게 된다.
어려운 시절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강씨는 남가주한인식품상협회 등에 장학금으로 2만달러를 기부하는 등 여러 선행을 베풀고 있다.
“체력이 허락하는 대로 열심히 노력하면서 노년기를 보낼 생각”이라는 강씨는 “이민자 누구든 먼 미국 땅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데 과거를 생각 말고 희망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면 곧 행복한 날이 다가올 것”이라고 말을 하면서 다음 배달 장소로 향해 바쁘게 움직였다.
(213)760-9660
<백두현 기자>
얼음배달로 월 1만달러 이상의 순익을 올리고 있는 강윤규씨가 대형 얼음자루를 트럭에 싣고 있다. <왕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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