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나, 노래하는 사람 될래요.”
아주 수줍게, 나랑 지난 3년간 찬양을 했던 아이가 고백을 했다.
순간 수십 년 후에 이아이가 찬양하는 어른이 되어 내 앞에서 있는 모습을 상상하며, 가슴이 벌써 뛰는 것을 느꼈다.
아마도 20년 만에 만난 나의 고등학교 합창 선생님께서 느끼셨던 흥분이 이거 이었을 거 같다.
이민 온지 아직 6개월 차라 학교의 모든 게 서툴던 11학년 새 학기 초에, 벽에 Choir 이라는 쓰인 전단지가 보였다. 방과 후에, 교실을 찾아갔다. “I want to do this.”라는 아주 짧은 영어와 함께 전단지를 내어놓으며, 근데 영어는 잘 못한다고 하니, 그 마음 좋게 생긴 웃는 얼굴의 남자 선생님께서는 괜찮다 하시며 곧장 피아노로 가서 앉으셨다.
간단한 음색과 음역 테스트를 하시고는 악보를 주셨다. 불러 보라는 거 같았는데, 영어로 부르면 버벅댈거 같아서 계명으로 부르기 시작했었다. 선생님의 눈은 커지고 목소리는 흥분으로 한 옥타브 올라가고…
합창단 생활을 통하여, 학교생활도 미국이란 나라도 조금씩 적응되어 나갔다. 합창단뿐만 아니라, 중창단, 솔로며, 피아노 반주, 나중엔 선생님대신 연습까지 시키고, 급기야는 졸업을 앞둔 마지막 공연 땐 지휘까지 가르쳐 주셨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얼마간은, 선생님이 궁금하여 전근해 가시는 학교들을 알아봤지만, 결혼 후 본의 아니게 잊고 살았었다. 그러다 작년에 우연히 Napa Valley에서 열린 북가주 ACDA(미국 합창 지휘자 협회) workshop에 갔다가 지금은 대학에서 가르치고 계시는 선생님을 만났다. 나를 보고 또 보며 합창 지휘자가 된 것을 대견해하며 등을 두드려 주셨다.
스승으로서, 내가 학생들 속에 뿌려놓은 믿음의 씨가 세월이 흘러 장성하여 풍성하게 열매 맺는 걸 보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며 보람일 것이다. 모든 씨 안에는 보이지 않는 내일이 그 속에 감추어져 있다. 감나무든 사과나무든. 내가 가르치는 모든 아이들 속에도 그러한 나무들이 자라고 있음을 믿으며, 오늘도 열심히 씨를 뿌리며 격려의 물을 준다.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으나 작은 자들을 들어 쓰시는 하나님의 섭리가 그들 삶속에서 훗날에 드러나기를 소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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