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아 (뉴라이트 상담센터 카운셀러)
필자는 요즘 들어 부쩍 학령기 아동을 가진 부모들로부터 우리 아이가 너무 산만하고 집중력이 떨어져 공부를 못할까봐 염려가 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어떤 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가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 하며, 소수 부모들은 자녀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에 걸려 있다고 확신하고 자세한 검사도 안한
체 대뜸 치료부터 부탁하기도 한다.
부모들이 자녀에 대해 염려를 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하지만 필자는 일부 이와 같은 부모들에게 자녀를 깊이 이해하고 속단을 내리지 않도록 권유한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는 주의가 산만하고 과다활동과 충동적인 행동을 하는 증상을 나타내며, 어렸을 때 발병하여 때로는 성인기까지 지속되는 장애중의 하나이다. 나이가 어린 학생들, 특히 남아들의 경우 부산하고 수업시간에 집중을 잘 못해 지적을 받는 경우가 많지만 이것이 정상의 범주에 들기 때문에 무조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가 있다고 의심을 하는 것은 곤란하다. 필자는 브라이언(가명, 11세)을 만나게 되었다. 브라이언의 어머니는 브라이언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가 있다고 확신하는 듯 했다. 어머니는 브라이언이 집중을 잘 못하고, 다리를 떨고, 손톱을 깨물고, 소지품과 과제물을 자주 잃어버린다고 걱정하였다. 학교에서 자꾸 지적을 받고 성적도 계속 떨어지는데 보습학원을 보내도 자꾸 지적만 많이 받고 성적은 그대로라 하였다.
하지만 필자가 처음 브라이언을 만나봤을 때 브라이언은 그렇게 보인다고 진단되지 않았다. 브라이언은 활발하고 기운이 넘치는 평범한11세 남자아이로 보였다. 하지만 필자는 브라이언이 처한 상황에서 개선되어야 할 점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브라이언은 꼭 필요한 수면 시간보다 훨씬 적은 양의 수면을 취하고 있었다. 밤늦게까지 컴퓨터 게임을 하고 번쩍거리는 화면의 TV앞에 있기 때문이다.둘째, 브라이언은 부모의 바쁜 스케줄로 인해 건강에 안좋은 음식을 밖에서 사먹는 것이었다. 더 큰 문제는 브라이언의 부모가 자주 싸우고, 몇년 전부터는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손찌검과 함께 욕설을 퍼붓는 것이었다. 브라이언은 우는 동생을 달래며 싸움이 끝날 때까지 방에서 조용히 기다린다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 브라이언은 아버지가 너무 밉고, 어린 동생이 불쌍하다고 말했다. 방과후에 집에 들어가기가 싫고, 왠지 학교에 있을 때도 집에 가면 안 좋은 일이 일어날 듯한 불안감에 갑자기 사로잡힐 때도 있다고 말했다.
필자는 브라이언의 말을 들으며 브라이언의 문제는 잘못된 생활습관, 양육법과 불행한 가정환경에서 기인하는 것이라 결론을 내렸다. 필자는 브라이언을 계속 치료하며 브라이언의 불안감, 우울감, 학교적응에 대해 대화를 해나가기로 했다. 또한 브라이언의 어머니를 상담센터로 모셔서 가정폭력에 대한 기초지식을 제공하고 가정폭력을 상담하는 전문 단체와 연계를 해주었다. 4개월이 지난 결과, 브라이언은 전보다 훨씬 밝은 모습이며, 막연한 불안감도 줄어들었고, 손톱을 물어뜯고 다리를 떠는 습관도 개선이 되었다고 하였다. 브라이언의 어머니도 효과적인 양육방법을 배우면서 스트레스를 꾸준히 풀어나가고 있다.
브라이언의 주의력 결핍과 부산함은 장애로 인함이 아니라 다른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었다. 한인사회에 또 다른 브라이언이 많으리라 생각된다. 부산하고 집중을 못하는 자녀에게 숨겨진 원인은 없는가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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