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동네에서 열린 경품추첨 행사에서 2달러짜리 래플 티켓을 구입했는데 운 좋게도 동작인식 비디오게임 기기 ‘닌텐도 위’ 에 당첨이 됐다. 소매가 200달러짜리 상품인 것을 감안하면 횡재(?)를 한 셈이다.
하지만 비디오게임을 거실에 있는 TV에 연결시키면서 5살, 3살인 두 아들과 전쟁이 시작됐다.
게임기에 딸려온 여러 스포츠 게임 중 유독 복싱을 좋아하는 큰 아들은 아빠가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아빠, 복싱게임 언제 할 수 있어?”라고 물으며 보챈다.
바로 옆에서 듣고 있던 둘째 역시 빨리 게임하게 해달라고 아빠 팔을 붙잡고 늘어진다. 아이들이 주중에는 낮잠을 자지 않아 쉽게 피로를 느끼는 관계로 주말에만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규칙을 만들어 시행중이다. 이 비디오게임이라는 것이 중독성이 여간 강한 게 아니다. 어른들도 하면 너무 재미가 있어 시간가는 줄도 모르는데 아이들은 오죽하랴?
가정용 비디오게임, 특히 닌텐도 게임기가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초반쯤으로 기억된다. 중학생 시절에 닌텐도 게임기를 집에 설치했는데 금요일, 토요일 밤이면 밤잠을 자지 않고 게임을 할 정도로 닌텐도에 푹 빠졌었다.
30년 가까이 세월이 흘렀지만 테크널러지 발달과 함께 비디오게임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닌텐도 외에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마이크로소프트 X-박스 등 경쟁사들의 유사한 제품들도 잇달아 대히트를 치면서 비디오게임 시장 제패를 위해 글로벌 기업들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어린이들이 정기적으로 비디오게임을 하면 과연 좋을까, 나쁠까? 여기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린다. 게임이 창의력 계발에 좋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는가 하면 지나치게 몰입하면 학교에서 학습능력과 읽기 및 쓰기 능력이 저하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도 있다.
유럽연합(EU) 국내시장소비자위원회가 올해 초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비디오게임에서 많은 이점이 발견됐으며 게임은 특히 아이들의 창의력과 협동심을 북돋우는데 큰 역할을 한다. 보고서를 초안한 네덜란드의 국회의원 토이네 만데르스는 “비디오게임은 대부분 위험하지 않고 중요한 능력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며 “비디오게임이 전략적 성찰, 창의성 같은 능력과 사실을 배우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디오게임을 많이 하는 어린이들 사이에서 곱사등 사례가 급증한다는 영국 의사들의 연구결과도 나와 있어 부모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많은 부모들은 이번 크리스마스에 아이에게 줄 선물로 비디오게임을 고려하고 있을 것이다. 사주지 않고 지나치자니 시대와 유행에 뒤떨어질 것 같아 찜찜하고 큰 맘 먹고 덜컥 사주면 게임 하느라고 책과는 영영 담을 쌓을 것만 같아 불안하기 짝이 없다.
그야말로 ‘비디오게임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지난 달 유치원생 아이가 있는 몇몇 부모들과 비디오게임의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비디오게임 찬성론이 우세한 분위기였다.
요즘 같은 시대에 비디오게임을 빼놓고 어린이문화를 논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며 게임을 사주되 시간을 정해놓고 하도록 하고 게임내용이 어린이에게 맞는지 부모가 꼭 체크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전문가들의 말처럼 너무 어린 나이(3세 미만)에 비디오게임을 접하게 하면 건강한 성장에 방해가 되므로 아이들이 밖에서 뛰어놀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말도 빠지지 않았다. 비디오게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어린 자녀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게임은 우리 일상생활 속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비디오게임을 이미 장만했거나 구입할 예정인 부모들은 게임의 장단점에 대해 꼼꼼히 리서치 해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여가활동의 하나로 자리매김한 비디오게임을 현명하게 활용하면 학교생활에 지친 아이들에게 활력소를 불어넣어주는 효과를 얻을 것이다.
구성훈 특집 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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