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에서 만난 워렌 베이티(왼쪽)와 아넷 베닝.
지난 16일 하오 5시부터 베벌리힐스의 베벌리 힐튼 호텔에서 진행된 제68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사회를 본 영국의 코미디언 리키 제르베스의 할리웃과 스타들에 대한 중구난방식의 지나친 농담을 제외하곤 별 놀랄 일이 없는 행사였다. 예년처럼 시상식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스타들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식장 뒤에 마련된 오픈 바와 끽연장엘 들락날락 하느라 난장판을 연상케 했는데 화장실과 함께 이 장소가 스타들을 만날 수 있는 명당이다.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가 주관하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참석자들이 먹고 마시는 가운데서 진행되는 분위기여서 스타들도 이 날만은 악수와 대화에 매우 선선히 응한다.
식이 시작되기 전 레드카펫에서 제일 먼저 만난 배우가 케이블 TV 쇼타임의 인기 시리얼 킬러 시리즈 ‘덱스터’에서 마이애미 경찰서의 살인과 감식전문 형사로 나오는 한국계 C.S. 리.
기자는 그의 결혼식에 참석해 서로 구면 사이여서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부인이 아기를 가졌느냐”고 물었더니 C.S.는 “아직은 아니지만 노력 중”이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야외석에 앉은 팬들이 식에 입장하는 스타들을 보고 환호하고 있다.
이 날 기자의 테이블에 앉은 사람 중 하나가 저명한 러시아 감독 세르게이 보도로프. 보도로프는 ‘산속의 포로’로 골든 글로브 외국어 영화상을 받은 감독으로 그의 최근작 중 하나는 ‘몽골’. 기자는 보도로프에게 악수를 청한 뒤 그의 작품에 관해 찬사를 하자 그는 “고맙다”며 미소를 지었다. 관대한 얼굴의 소유자다.
오픈 바에서 만난 케이블TV AMC의 인기 드라마 ‘매드 멘’의 주인공 존 햄과는 구면. 햄은 이번에 이 시리즈로 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상은 타지 못했다. 기자는 햄에게 “유감이다”라고 말하자 그는 “괜찮다”며 웃었다.
이어 끽연장서 역시 ‘매드 멘’으로 주연상 후보에 오른 엘리자베스 모스를 만났다. 그에게 악수를 청한 뒤 “당신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여배우인데 상을 타지 못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자 “이츠 오 케이”라며 활짝 웃었다.
이 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투어리스트’로 코미디/뮤지컬 부문에서 두 번이나 주연상 후보에 오른 자니 뎁은 인터뷰 차 여러 번 만난 사이. 오픈 바로 가는 그를 잠시 만나 악수를 나누었는데 뎁은 평소대로 “하우 아 유 서”라며 깍듯이 존댓말을 했다.
시상식 결과 주요 부문상은 모두 예상한 작품과 사람들에게 돌아갔다.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주커버그의 얘기인 ‘소셜 네트웍’이 작품, 감독, 각본 및 음악상 등 4개를 타 최다 부문 수상작이 됐다. 남녀 주연상은 말더듬이 영국 왕 조지 6세와 그의 언어 치료사와의 관계를 그린 ‘킹스 스피치’와 완벽을 추구하기 위해 병적으로 집념하는 젊은 발레리나의 심리 스릴러 ‘흑조’의 나탈리 포트만이 각기 탔다.
남녀 조연상은 권투선수 일가족의 실화 드라마 ‘파이터’에서 권투선수 동생의 술과 마약에 절은 매니저 역을 한 크리스천 베일과 이들의 권위적인 어머니로 나온 멜리사 리오가 각기 받았다.
이들은 모두 오는 2월에 있을 오스카 시상식에서도 각기 해당 부문에서 상을 거머쥘 승산이 매우 높다.
시상식에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것은 작품상(드라마 부문) 시상자로 나온 마이클 더글러스. 그는 최근까지 후두암 치료를 받고 현재 회복 중인데 이 날 상당히 건강한 모습으로 무대에 나와 참석자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더글러스는 이에 대해 “기립박수 받는 보다 쉬운 방법이 있어야 되겠다”고 말해 다시 한 번 뜨거운 박수를 받았는데 음성도 정상을 되찾은 것 같았다. 그는 작년에 뉴욕에서 ‘월스트릿: 머니 네버 슬립스’(그는 이 날 이 영화로 조연상 후보에 올랐었다)를 위한 HFPA와의 기자회견 때만해도 마이크를 사용했었다.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식 후 호텔서 열리는 여러 영화와 TV사가 마련하는 파티가 유명하다.
이 날도 워너브라더스(WB)와 폭스 등에서 마련한 파티가 7개나 열려 함께 식에 참석한 한국 영화계의 대부인 정창화 감독과 함께 주마간산 식으로 둘러보았다. 먼저 WB의 파티에 들르는 길에 파티장 입구서 케빈 베이컨을 만났다. 기자는 그와 악수를 나눈 뒤 “작년에도 보고 또 보니 반갑다”면서 “오늘 술 좀 마실 생각이냐”고 물었더니 “물론이지”라고 대답했다. 베이컨의 아내는 역시 배우인 키라 세지윅으로 세지윅은 이 날 TV 형사물 시리즈 ‘클로저’로 주연상 후보에 올랐었다.
이어 소니의 파티에 참석했다가 나오는 길에 엘리베이터 안에서 ‘소셜 네트웍’으로 각본상을 탄 아론 소킨을 만났다. 기자는 골든 글로브를 손에 쥐고 있는 그에게 “축하한다. 받을 만한 작품이었다”라면서 “다음 목표는 오스카상이겠네”라고 말하자 소킨은 “그럴 확률은 내가 벼락에 맞을 확률이나 마찬가지다”라고 겸손해 했다.
이어 폭스와 HBO의 파티를 둘러보고 귀가했다. 파티가 아무리 좋다 해도 파티는 파티에 지나지 않는다. 매년 참석하다 보니 이젠 별무재미다. 밸릿 파킹장에서 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 날 ‘키즈 아 올 라이트’로 코미디/뮤지컬 부문 주연상을 탄 아넷 베닝이 손에 트로피를 쥐고 남편 워렌 베이티와 함께 차를 기다리고 있다. 베닝에게 다가가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네자 베닝은 “댕큐”라고 응답했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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