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의 정책 입안가들이 행사에 많이 참석하는데 한인의 날이 있다는 사실을 대부분 처음 알게 되는 것 같아요. 미국인들에 한인의 이민 역사와 저명 한인들을 알리는 성과도 있습니다.”
얼마 전 ‘코리안 아메리칸 데이 기념행사’를 개최한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플로렌스 로 리(사진.Florence Lowe-Lee, 한국명 노명화) 이사. 그는 미국의 싱크탱크가 2007년부터 미주 한인의 날 기념행사를 열어 미국사회에 한인의 기여와 역할을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는 인물이다.
“의회 담당 직원이 상하원에서 미주 한인의 날 결의안이 통과됐다며 기념행사를 해보자고 제안했어요. 한인사회와의 교류와 관계 증진에 도움이 될 거란 기대를 갖고 시작했는데 처음엔 누구를 초청해야 할지도 잘 몰랐어요. 지금은 초대할 분들이 많아진데다 한국에 관심있는 미 주류사회 인사들이 이 행사를 기다릴 정도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코리안 아메리칸 데이 기념행사는 매년 백악관 옆 윌라드 호텔에서 200여명을 초청해 진행되며 유명 인사들을 초청, 강연을 듣고 있다. 특히 KEI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한국의 국회의원들도 참석시켜 미주 한인들이 미국사회에서 이룩한 성취를 알게끔 해주고 있다.
지난해 처음 시작한 KEI의 연수 프로그램은 여야 국회의원 9명을 초청해 미 정부와 의회, 각계 인사들을 만나 관심사를 토론하고 교류하는 프로그램.
“미국에 오는 한국 정치인은 몇몇 미국통으로 국한돼 있어요. 그러다 보니 정치권에서 잘못된 대미관도 나오고 오해도 있는 것 같아 미국에 와보지 않은 의원 위주로 초청하고 있습니다. 직접 눈으로 귀로 마음으로 미국을 보고 느껴보라는 거지요. 언론과 자료를 통해 아는 미국과는 다른 생생한 의견과 분위기를 체험하게 해 한미관계 증진에 기여하자는 취지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살인적’ 스케줄로 또 드물게 알찬 내용으로 이미 한국 정치권에서 명성이 자자하다. 아침 8시부터 밤 9시까지 4박5일간 쉴 새 없이 미팅과 일정이 잡혀 있다. 올해에는 에드 로이스 하원의원,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웬디 커틀러 미 무역대표부 대표보, 학자 등 다양한 미 한반도 전문가들과 만났다.
“처음에는 의원들께서 스케줄이 너무 빡빡해 힘들다고 푸념들 하세요. 그래도 열심히 질문하고 성실히 응해주시는 등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끝냈습니다. 돌아가실 때쯤이면 기대 이상의 많은 것을 얻어간다고 다들 좋아하시니 보람을 느낍니다.”
리 이사가 재무 이사 겸 공보, 재정국장 역할을 맡은 KEI(Korea Economic Institute of America)는 1982년 설립됐으며 한국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으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싱크탱크. 한미관계 발전을 위한 다양한 라운드 테이블 토론회를 개최해 오고 있으며 특히 연 1회 주미 한국대사와 주한 미국대사를 초청해 미 10개 도시를 순회하며 한미관계를 홍보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리 이사가 1992년 KEI와 인연을 맺은 것도 이 행사를 통해서였다. “매사추세츠주 상원의 예산분과위원장 보좌관으로 일하던 중에 한미 대사 강연회에 참석하면서 KEI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처음엔 워싱턴에서 정치를 하고 싶었는데 이젠 늦은 것 같습니다.”
플로렌스 로 리 이사는 중학교에 다니던 1974년 가족 이민으로 도미, 보스턴에 정착했다. 여자대학의 아이비리그라 불리는 마운트 홀리옥 칼리지에서 신경학을, 콜롬비아대 대학원에서 산업조직 심리학을 전공했다. 버지니아한인회 노인복지위원장을 지낸 노영석씨가 부친이며 부군은 이청영씨다.
리 이사는 “앞으로 KEI와 한인사회와의 관계를 더 긴밀히 하고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생각”이라며 “개인적으로는 KEI에서 쌓은 네트워크를 활용해 한미관계 증진을 위한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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