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미의 이집트’ 7명 사망·800여명 부상
반정부 시위대가 3일 카이로 타히리르 광장에서 친정부 시위대를 향해 돌을 던지며 격렬하게 싸우고 있다.
미국 “야당과 권력이양 즉각 협상” 촉구
무바라크 대통령 “혼란 우려 사임 못해”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대와 무바라크를 지지하는 친정부 시위대 간 유혈충돌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3일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즉각 야당 측과 권력이양에 관한 협상을 개시하라고 촉구했고 무바라크 대통령은 물러날 의사가 있지만, 국가적 혼란을 우려해 사임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ABC 방송이 보도했다.
크리스티안 아만포 기자는 이날 무바라크 대통령과 20분간 인터뷰하고 나서 “그는 대통령직에 진절머리를 내고 있다면서 지금 퇴진하고 싶지만, 이집트가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걱정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아만포 기자는 이어 “그는 지난 며칠간 타흐리르 광장에서 벌어진 폭력사태 때문에 불안해 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의 책임이 정부에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대신 무바라크는 이집트에서 활동이 금지된 최대 야권조직 ‘무슬림형제단’을 혼란의 배후로 지목했다고 아만포는 보도했다.
이 밖에도 무바라크 대통령은 “국민이 내게 뭐라고 말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당장 나는 우리나라를 걱정하고 있다”고 강조했고 유혈충돌로 사상자가 발생한 데 대해 “나는 이집트가 서로 싸우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집트 보건부에 따르면 2∼3일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을 중심으로 발생한 양 시위대 간 충돌로 최소 5명이 숨지고 800여 명이 다쳤다.
보건부는 사망자 대부분이 돌과 쇠파이프 등에 맞아 숨졌다고 밝혔지만 반정부 시위대와 현지 의료진은 사망자가 7명 이상이며 대부분 총격에 의해 숨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천명의 친정부 시위대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오는 9월 대선에 불출마하겠다고 발표한 다음날인 2일 타흐리르 광장에 모인 뒤 반정부 시위대를 공격했다.
친정부 시위대는 연일 계속되는 반정부 시위로 이집트 경제가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다며 무바라크 대통령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만큼 정부의 민주주의 이행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바라크 지지자 중에는 대검을 지닌 사람도 있었으며 심지어 말과 낙타를 타고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돌진하는 광경이 목격되기도 했다. 격렬한 투석전 속에 화염병이 등장했고 광장 곳곳에서 채찍과 몽둥이로 상대방을 폭행하는 장면도 잇따랐다.
무바라크 지지자들은 외신 취재진에도 폭력을 행사하며 극도의 적대감을 표출했다.
그리스 기자는 드라이버로 다리를 찔렸고 알-자지라 기자 2명도 친정부 시위대에 폭행당했다.
이집트군은 현장에서 양 시위대 간 충돌에 개입하지 않다가 3일 오후에야 양측을 분리하고 사이에 완충지대를 조성해 추가 충돌을 막고 있다.
시위대에 무력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군은 지난 2일 시위대에 일상생활로 복귀하라고 통보한 상태다.
시위대 간 충돌로 사망자가 속출하자 이집트 정부는 이례적으로 사과 입장을 표명했다.
아흐메드 샤피크 이집트 총리는 이날 국영TV를 통해 “어제(2일) 발생한 폭력사태에 대해 사죄한다”며 “이번 사태의 배후가 누구인지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샤피크 총리는 아울러 최대 야당 그룹인 무슬림형제단을 포함, 야권 모든 정파 및 타흐리르 광장에 있는 시위대와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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