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로 ‘잘 나가는 인생’을 살아 온 60대의 김모씨는 최근 이혼 서류에 사인했다. 결혼 초부터 아내와 의견충돌이 잦았지만 오랫동안 참아오다 2명의 자녀가 모두 결혼하자 “더 이상은 안되겠다”며 아내와 결별을 선언했다.
버지니아에 거주하는 60대 후반의 이모씨는 최근 갈등을 겪어오던 70대 초의 남편과 이혼을 결정했다. 이혼수속을 밟는데 1년이 걸렸지만 결국 이혼을 결정했다는 이씨는 “백년해로라는 미명아래 불행한 부부관계를 계속하고 싶지 않다. 이제는 내 인생을 살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김씨와 이씨처럼 60대를 넘긴 한인 노부부들의 ‘황혼이혼’이 증가일로에 있다. 워싱턴 가정상담소와 한인봉사센터, 가정법 전문 변호사 오피스에는 이혼문제로 고민하는 한인 노부부들의 상담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상담소 진수정 카운슬러는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평생을 산다는 말은 이제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자녀양육 의무를 다한 50대 후반 이후 여성들이 그동안의 가부장적인 남편에게 이혼 청구를 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상담소는 지난 두 달간 4건의 황혼이혼 상담 케이스를 접수했다.
애난데일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가정법 전문 송영수 변호사는 “60, 70대의 황혼이혼이 증가추세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남성 중심적인 지배구조로 일생을 살아온 한인 여성들이 은퇴한 남편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평균 수명이 길어지며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시니어들도 많다”고 밝혔다.
한인봉사센터 조지영 사무총장은 “전에는 부부 사이에 응어리가 생겨도 자식의 장래와 가족관계, 이혼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시각, 여자들의 경제력 부족 등으로 이혼을 실행하지 못하는 경향이 컸었다”며 “이혼하는 노부부들이 늘고 있지만 이혼은 경제력과 기력을 상실한 노인들에게 또 다른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가정문제 전문가들은 “경제적 안정과 자녀양육에만 몰두하고 본인들의 관계는 소홀히 한 부부는 제2의 인생에서 동반자로 살고 싶지 않다는 결정에 이르게 된다”며 “행복한 부부가 되려면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 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화목한 가정, 행복한 부부’를 위해 가정상담소는 오는 5월 아버지 학교와 어머니 학교 개설에 이어 올 가을 ‘부부 세미나’를 연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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