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비 한의 백자 조각상 ‘미의 조건 VI’ 2009.
흑인·동양인 얼굴로 바꿔 ‘서구식 미의 기준’ 풍자
1.5세 데비 한 개인전 15일부터 샌타모니카 칼리지서
1.5세 작가 데비 한(Debbie Han)의 개인전이 2월15일부터 3월19일까지 샌타모니카 칼리지 배럿 갤러리(Santa Monica College Pete & Susan Barrett Gallery)에서 열린다.
이 전시회는 작년 가을 독일에서 시작돼 한국과 홍콩에 이어 미국으로 건너온 4개국 순회전의 마지막 일정으로 ‘인식의 눈’(Debbie Han: The Eye of Perception)이란 제목으로 데비 한이 지난 7년간 작업해온 조각과 사진 연작들을 소개한다. 그의 대표적 작품인 청자조각 ‘개념의 싸움’(The Battle of Conception)과 백자조각 ‘미의 조건’(Terms of Beauty VI), 대표 사진 시리즈 ‘여신들’(Graces)과 최신작 사진 시리즈 ‘인식의 눈’(The Eye of Perception)이 한꺼번에 전시된다.
한국에서 나고 미국에서 자란 데비 한은 동서양의 아름다움의 차이, 문화에 따른 몸과 행동의 변화를 보여주는 독창적인 작업으로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끄는 작가다. 특히 국제적인 미의 상징으로 알려진 비너스의 얼굴을 다양한 인종들의 얼굴 형태로 변형하거나 여러 인종들의 특성들을 한 얼굴에 섞은 두상들을 청자로 빚곤 하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그렇게 빚은 비너스 두상 16점과 얼굴을 아예 지워버린 두상 16점을 큰 체스 테이블에 서로 마주보게 설치한다. 또한 같은 형태의 두상들을 큰 사이즈 백자로 만든 ‘미의 조건’ 7점이 전시된다.
회화와 조각을 전공한 데비 한은 일반적인 조각 소재가 아닌 한국의 도자기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특별한 질감의 표현을 보여주는데 “커다란 비대칭의 형태를 백자라는 까다로운 소재로 구워내기까지 엄청난 실패와 인내의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한다.
“10점을 온전히 구워내는데 3년이란 시간이 걸렸고, 그간 130점을 만들었다”는 그는 “땀과 시간이 녹아난 결정체인 이 작품들은 쉬운 방식으로 주문 제작한 작품들하고는 비교할 수 없는 존재감과 에너지를 뿜어낸다”고 말했다.
데비 한의 대표 사진 시리즈 ‘여신들’은 아시아 여성들의 몸을 촬영한 후 고전 조각상 비너스의 두상과 합체한 후 엄청난 컴퓨터 작업을 통해 피부를 조각처럼 매끄럽게 변형시킨 이미지들이다. 고전 여신상들의 얼굴을 가진 여신들은 인사를 하거나, 바닥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등 현대여성의 일상을 담은 몸짓을 하고 있다.
최신 사진작 ‘인식의 눈’은 백자 두상들을 흙으로 조각한 후 굽기 전 무수히 촬영하여 여러 얼굴의 형태들을 한 이미지에 투영하여 만들었다. 흙의 표면은 회화적 붓질을 연상시키고 다양한 눈, 코, 입의 형태들이 각각 살아 숨쉬며 겹쳐져 한데 합쳐진 듯한 홀로그램을 연상시킨다. 신작 시리즈는 그간의 다양한 작업들을 토대로 새로운 시각언어를 구축한 조각, 사진, 회화의 영역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시각언어라고 작가는 설명하고 있다.
11세때 이민 와 UCLA와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를 졸업한 데비 한은 2003년 한국의 영은미술관 국제 레지던시에 초대되어 귀국한 후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장르를 뛰어넘는 다양한 소재들을 실험적으로 다루는 창의성 넘치는 작업들을 선보이며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11월 홍콩 최고 갤러리인 ‘더 캣 스트릿 갤러리’가 새롭게 대형 전시공간을 오픈하면서 개관전으로 데비 한 개인전을 열어 언론과 컬렉터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대성공을 거두었으며 지난해 홍콩과 영국에 기반을 둔 ‘소버린 아트 파운데이션’(The Sovereign Art Foundation)이 수여하는 ‘소버린 아시아 미술상’을 수상, 2만5,000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오프닝 리셉션은 19일 오후 6~8시이며 아티스트 토크가 23일 정오에 열릴 예정이다.
배럿 갤러리 주소 1310 11th Street & Santa Monica Blvd. Santa Monica
(213)507-7305 www.debbiehan.net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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