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발포로 3명 사망·100여명 부상
이집트 시위대는 9일 카이로 도심의 타흐리르(해방) 광장 인근에 있는 의회 건물 앞으로 진출해 의회 해산과 재선거를 요구하는 등 현 정권에 대한 압박을 이어갔다.
이에 앞선 8일 이집트 정부의 실세로 알려진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이 현지 언론 대표들을 만나 계속되는 시위를 더 인내할 수 없다며 작금의 위기가 최대한 빨리 끝나야 한다고 말해 무력 진압을 시사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이집트 정부는 시위대의 민주화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대화를 원한다고 강조하고 “우리는 경찰기구로 이집트 사회를 다루기는 원치 않는다”며
은근히 경고했다.
심지어 그는 대화가 없을 경우 쿠데타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많은 부조리를 포함해 무계획적이고 성급한 움직임들을 의미한다며 쿠데타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한편 1,000여명으로 추산되는 시위대는 9일 의회로 몰려가 의원들의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의회가 해산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시위는 비교적 평화적으로 이뤄졌으며, 군부대가 의회 건물을 보호해 시위대의 난입이나 점거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집트 최대 야권 조직인 무슬림형제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 정부와의 대화 채널을 열어 놓고 있다면서도 무바라크 대통령에 대해서는 즉각 퇴진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수도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400㎞ 떨어진 엘-카르고의 한 오아시스 마을에서는 8일 경찰이 시위대에 실탄을 발사해 3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부상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폭도화한 일부 시위대는 이 지역의 경찰서 2곳과 법원 건물, 집권 국민민주당 지부 사무소 등에 불을 질렀다고 AFP는 덧붙였다.
이집트에서는 지난달 25일 대규모 시위가 처음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300여명이 숨지고, 5,0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매일 수천명의 시위대가 숙식을 해결하며 진을 치고 있는 타흐리르 광장에서는 “지쳐서는 안 된다” “자유는 공짜로 얻어지는 게 아니다”라는 내용의 구호가 스피커를 통해 울려퍼지고 있다.
광장 인근에서는 텔레콤 이집트의 근로자 300여명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등 이번 사태는 노동자의 파업으로 확산되는 듯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편 미국은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채 이집트 정부에 개혁조치의 가속화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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