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찍어 베를린영화제 수상…
양효주 감독의 ‘부서진 밤’ 단편 은곰상
경쟁작이 25편이나 되고 스마트폰으로 만든 영화라 대상을 수상할지는 전혀 몰랐습니다. (필름으로 만든 다른 영화처럼) 그저 한편의 영화로서 작품 완성도를 평가해준 듯하네요.(박찬경 감독)
박찬욱ㆍ박찬경 형제 감독이 공동 연출한 영화 ‘파란만장’이 지난 19일(현지 시간) 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경쟁부문에서 대상인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한국영화가 칸영화제 베니스영화제 등 이른바 3대영화제에서 대상을 받기는 장ㆍ단편 포함해 파란만장이 처음이다.
상영시간 33분의 파란만장은 밤낚시를 간 한 남자가 물고기 대신 정체불명의 여인을 낚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통해 무속의 세계를 그린 작품. 오광록 이정현이 주연했으며 이동통신사 KT의 지원(제작비 1억5,000만원)으로 만들어졌다. 베를린영화제는 "이 영화는 작은 기적이다. 형제 감독의 긴밀한 협조가 만들어낸 대단한 상상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파란만장은 ‘올드보이’(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와 ‘박쥐’(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의 박찬욱 감독과 설치 미술가 출신의 동생 박찬경 감독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뒤 극장개봉까지 했다는 점만으로도 충무로의 화제를 모았다.
박찬경 감독은 이날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가볍고 자유롭게 영화 한번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있었는데 KT의 제안을 받은 형이 함께 해보자 해 시작한 영화"라고 밝혔다. 그는 "형에게 휴대폰 문자로 수상소식을 알렸더니 ‘진짜냐? 심사위원들이 그래도 보는 눈이 있구나’하는 답신을 보내왔다"며 웃었다. 박찬욱 감독은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의 제작 협의를 위해 미국에 있어 시상식에 참여하지 못했다. 박찬경 감독은 "이번 수상을 계기로 영화를 가능하면 많이 하고 싶어졌다. 공포영화나 스파이 영화 등 상업영화를 만들고도 싶다"고 밝혔다. 그는 다큐멘터리와 단편영화만을 만들어왔다. 박 감독은 "형이 바빠서 형과의 공동 연출은 당분간 생각할 수 없을 듯하다"고도 말했다.
한편 양효주 감독의 ‘부서진 밤’은 단편부문 2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상(은곰상)을 받았다. 장편 경쟁부문에 동아시아 영화로는 유일하게 진출한 현빈 임수정 주연의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감독 이윤기)는 상을 받지 못했다. 한국영화는 사상 최대인 9편이 이번 영화제에 진출해 관심을 모았다. 한국영화는 1961년 ‘마부’(감독 강대진)의 은곰상, 1994년 ‘화엄경’(감독 김기덕)의 알프레드 바우어상, 2004년 ‘사마리아’(감독 김기덕)의 최우수감독상, 2005년 임권택 감독의 명예황금곰상 수상 등으로 베를린영화제와 인연을 맺어왔다.
영화제 최고영예인 장편경쟁 부문 황금곰상은 법원의 이혼 불허로 혼란에 빠진 부부이야기를 다룬 이란 영화 ‘나데르와 시민, 별거’(감독 아쉬가르 파라디)가 차지했다. 이혼을 지렛대 삼아 이란 사회의 계층 갈등과 종교문제, 사법체제 갈등 등을 잘 들춰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영화의 남녀 출연배우 전원이 이례적으로 은곰상인 남자최우수배우상과 여자최우수배우상을 각각 공동 수상했다. 최우수감독상(은곰상)은 아프리카에서 구호활동을 펼치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독일영화 ‘수면병’(감독 울리히 쾰러)에게 돌아갔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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