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녀교육에 대한 경험담을 담은 베스트셀러 책을 쓰고도 엄청 욕을 먹고 있는 사람이 있다. 중국계 미국인이자 예일대 법대 교수인 에이미 추아가 바로 그다.
추아가 자신의 두 딸을 키우면서 느낀 경험과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 ‘호랑의 엄마의 군가’(Battle Hymn of the Tiger Mother)를 읽어본 사람 중 상당수는 추아를 ‘아동학대자’라고 비난하며 중국식 교육법이 서양식 교육방식보다 우월하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목소를 높인다.
추아는 책에서 중국인 호랑이 엄마가 두 딸을 코흘리개 시절부터 어떻게 교육시켰는지 생생하게 묘사한다. 하지만 그는 두 딸을 교육시키는 과정에서 미국사회에서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많이 했다.
아이가 피아노 연주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동물인형을 불태워 버리겠다고 협박했고 파티장에서 딸의 행동이 불만스러워 ‘쓰레기’(garbage)라고 소리 지르며 비난해 다른 참석자가 울음을 터뜨렸으며 가족과 함께 외국여행을 하는 도중에도 딸들에게 피아노와 바이얼린을 죽도록 연습할 것을 명령하는 등 자신의 의지를 계속 관철시켜 나갔다.
추아의 딸들은 TV 시청과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이 금지됐고 친구 집에 가서 하룻밤 자지도 못했으며 과외활동을 마음대로 선택하는 것은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또 작은 딸이 건네준 생일카드를 성의 없게 만들었다는 이유로 던져버렸고 큰 딸이 수학 테스트에서 한인 학생에게 1등을 빼앗기자 2주 동안 집에서 하루 2,000 문제씩 풀게 해 결국 1등을 되찾아오게 하는 등 호랑이 엄마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미국인들은 추아가 시행한 것처럼 부모가 주로 명령하는 일방통행식 자녀교육법에는 익숙하지 않다. 아이의 개성과 취향을 존중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결과보다는 노력을 칭찬하는 것이 서양식 교육법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중국식(또는 동양식) 교육법은 어떤 분야든‘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자녀를 혹독하게 훈련시키는 것이다.
많은 미국인들이 추아를 비난하고 있지만 그의 두 딸들은 공부와 음악에서 최상의 실력을 발휘했다. 큰 딸의 경우 내로라하는 아이비리그 대학에 합격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호랑이 엄마의 교육방식은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 자녀가 어릴 때 ‘자유와 선택’을 제한받기는 하지만 이런 혹독한 훈련과정을 이겨내면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돼 결국 성인이 되어서 더 많은 자유와 선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추아를 비롯한 호랑이 엄마들의 믿음이다. 그러나 미국을 위시한 서양이 창의적인 인재들을 무수히 배출하는 걸 보면 서양식 교육방법 또한 어느 정도 검증이 된 셈이다.
자녀교육에는 정답이 없다고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호랑이 엄마 스타일의 교육방식이 아이에게 더 잘 먹힐 수도 있고 반대로 어릴 적부터 아이에게 최대한의 자유와 선택을 보장해주는 서양 엄마들의 교육법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 가정에, 내 아이에게 맞는 교육방식을 선택해 아이가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미주한인 중 상당수는 자식들에게 더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미국을 제2의 고향으로 선택했다. 그만큼 한인들에게 자녀교육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추아의 책이 발간된 후 미국에서는 호랑의 엄마 교육방식에 대한 찬반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중국계 미국인 중에도 추아의 교육법을 신랄히 비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유럽계 백인이라 할지라도 추아를 적극 지지하는 사람도 있다.
‘호랑이 엄마의 군가’가 자녀교육 지침서는 아니지만 “당신은 자녀교육을 제대로 하고 있습니까?” 라는 질문은 확실히 던져주는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이 어떤 교육방식이 내 아이에게 가장 적합할지 진지하게 검토해 보기를 기대한다.
구성훈 특집 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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