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태(시인)
휘발유 값이 문제가 아니다. 자동차가 필수품인 미국에서 휘발유 값이 차지하는 비중도 만만치는 않으나 그보다도 더 큰 문제는 세계의 구석구석이 이례 없이 어수선한데 있다. 80년대 초 대한민국 중정 산하 국제문제 연구소에서 미래 감지용으로 연구한 보고서에 따르면 20년 후면 북한에서는 식량난에 허덕이다가 정권유지용으로 전쟁을 도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또한 세계 3차대전은 중동지역 어디에선가로부터 불씨가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했다. 그때의 그 분석이 지금 세상 돌아가는 사태를 보니 맞아들어 가는 것 같기도 하다.
지구의 여기저기에서 지진이 나고, 홍수가 나고, 강이 범람하고, 도시가 물에 잠기고, 화산이 터지고, 전쟁이 일고, 기후가 변하고... 어수선한 지금의 세상, 맞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 예로부터 역사에서는 정의와 불의를 기본
으로 하고, 문학에서는 선과 악을 기본으로 했다. 역사의 힘이었고 문학의 흐름이었는데 현대에 와서 그것들이 다 없어지고 기본이 없는 풍선만 요란한 색깔로 채색을 하고 언제 터질지 모르게 사람 사는 세상은 둥둥 떠다닌다. 그런 풍선만 바라보면서 사는 동안 사람들도 아무도 모르게 변해버렸다. 더 잘살아 보겠다고 국가도 욕심을 내고 개인도 욕심을 낸다. 그 욕심이 채워지지 않으면 충돌로 변하기가 일수다.
쌀통에 세끼 먹을 식량만 있으면 되지 일 년, 십년, 아니 백년 먹을 양식을 쌓아놓으면 그 양식이 과연 귀한 양식이 되어줄까?성경의 출애굽기를 보면 하루에 먹을 양식으로 만나 하나만을 하느님이 허락하시었다. 욕심을 내어 두 개를 집어와도 둘 중에 하나는 귀하게 먹기도 전에 썩고 만다는 이야기다.
한 끼의 양식을 귀하게 생각하고 밥을 먹는 사람이 보고 싶어진다. 민주주의는 사회주의를 동경하고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는 민주주의를 그리워한다.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서운 폭탄을 산처럼 쌓아 놓고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북한의 정치 불안, 기름이 철철 넘치는 기름밭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빈부의 격차가 심한 중동지역의 불안, 곁눈질만 하다가 또 언제 터질지 모르는 미국 속의 다민족 불안, 언제 터질지 모르는 사람들 마음속의 허탈한 불안, 하루 살기가 빠듯해 지는 생활경제, 가게 세를 못 내서 쫓겨나는 소상인들... 옛날이나 지금이나 아무데도 자비는 없고, 은혜도 없다.
사람들에게는 노고와 투쟁만 있을 뿐이다. 그러니 인간은 기회만 노릴 뿐이다. 지금이 기회의 시대인가? 날지 않으면 추락하는 광활한 하늘, 힘들게 날개를 퍼덕이는 새는 한 끼 먹을 양식만 잡는데 세계 구석구석에서는 아우성치는 인간의 소리가 점점 사나워진다. 그냥 지나가는 소리 같지가 않다. 남을 죽여서라도 기회를 잡아 뒷간에 쌓아보려는 총알 같은 사나운 소리들이다.
벼슬 높은 사람들이 많은 급료를 받으면서도 뇌물로 재산을 늘리려다 수갑을 차는 고급 공무원들이 치사해서 먼 나라로 이민을 온 우리는 가시바람 마구 부는 길가에서 맥없이 거칠어진 우리 손으로 간판을 높이 내걸고 ‘돈’ 씨를 심어 보았으나 아무 날도 비는 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세상은 어수선하여 착하고 연약한 우리 마음도 덩달아 어수선해 진다. 종말이 오는 걸까? 손님 한분이 어제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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