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이 카부키 CEO가 버뱅크 본사에서 카부키의 어제, 오늘, 내일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서 하나의 매장을 오픈하는 것은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영화감독이라 한다. 어린 시절의 꿈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14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1,000여명의 직원에 매출이 연 5,000만 달러를 넘는다. 카부키(Kabuki). 캘리포니아주와 애리조나, 네바다주에 진출한 미국 내 대표적인 일식 체인점이다. 그 카부키의 주인이 한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달로 창업 20주년을 맞는 카부키의 데이빗 이(54) CEO는 “앞으로 한인 최초의 음식점 상장기업으로 성장시켜 세계인들의 심판을 받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91년 패사디나에 첫 오픈… 품질·서비스·위생에 주력
20년만에 14개 체인·직원 1천명·매출 5천만달러로 성장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와 엔지니어 생활
데이빗 이 CEO는 연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 1982년 유학차 도미했다. 기계공학 석사학위를 받고 엔지니어로 이민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엔지니어의 생활이 자유분방하고 창조를 추구하는 그의 생각을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많이 고민했습니다. 일식당을 생각한 것은 한국에서 일식당을 운영한 적이 있는 부모님의 영향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식당에 얼씬도 못했습니다”
1991년 4월 패사디나에 처음 카부키를 오픈했다. 고객들이 문화를 배우며 즐거운 외식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했다. 종업원들은 전통 일본 복장을 입는 등 독특하며 세련된 분위기를 추구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고 누구나 부담없이 찾을 수 있는 공간을 생각했다.
직장에 다닐 때 칼폴리 대학에서 호텔 매니지먼트를 공부한 이 CEO는 “음식을 먹으면서 편안하게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대화의 장소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어느 카부키를 찾아가도 같은 분위기 속에서 동질의 음식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생각은 그대로 적중했고 누구나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음식점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CEO는 “중산층을 고객으로 삼고 있는 카부키는 일식을 평준화시키는데 기여했다”며 “양질의 음식을 좋은 환경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4.29폭동으로 위기
그러나 카부키가 지금까지 줄곧 성공가도만을 달린 것은 아니다. 4.29폭동으로 폐업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경기가 침체되면서 고객이 줄었고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이때 그가 배운 것은 ‘사업의 자본력’이었다. 이는 카부키가 두 번째 매장을 오픈하기까지 무려 9년이 걸린 이유이기도 했다.
그가 새 매장을 오픈하기 위해 가장 먼저, 가장 많이 투자하는 것은 장소의 물색이다.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아는 요소이겠지만 그의 ‘장소’에 대한 집착은 남다르다.
그의 ‘장소’ 선정에 대한 첫 번째 비결은 ‘주말, 점심, 저녁 매상이 균형을 이룰 수 있는 곳’이다. 일반적으로 주말과 저녁이 매상이 오르고 점심은 떨어지는 곳이 보통인데 세 번 모두 균형을 이루는 곳을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그의 두 번째 ‘장소’에 대한 요소는 ‘엔터테인먼트 공간에 위치해야 된다’는 것이다.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는 항상 물고기가 있는 곳에 그물을 던져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에다 고객을 영화의 관객으로 보는 그의 안목 때문이다.
이 CEO는 매상이 가장 좋은 랜초쿠카몽가 빅토리아가든 샤핑몰 매장을 오픈할 때는 헬리콥터를 타고 하늘에서 샤핑몰의 전체 모습을 둘러봐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는 “영화감독이 자신이 만든 영화에 대해 관객들의 반응에 관심을 갖는 것처럼 새 매장을 오픈하고 새 매뉴를 개발할 때마다 고객 반응에 긴장되고 찡한 메아리를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국적 직원 ‘해피 투게더’
‘해피 투게더’는 카부키의 사훈이다. 사훈에는 종업원과 고객 모두를 위한 행복 전도사를 자처하는 이 CEO의 의지가 담겨 있다. 주 5일 근무하고 있는 카부키 종업원들은 피부색이 다른 다국적군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케 소믈리에부터 주방에서 식기를 닦는 종업원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아침에 밝은 마음으로 카부키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 CEO는 “매장에서 종업원과 고객과의 갈등, 피부색이 다른 종업원들 간의 갈등 등 불화가 있을 법 하지만 거의 벌어지지 않고 있다” 밝게 웃었다.
그는 카부키가 기업으로 성장,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 보람을 느끼지만 나에게 있어 좋은 종업원들을 많이 만난 것은 행운이었고 이들 덕분에 카부키는 성장세를 거듭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CEO는 “카부키는 완전한 고객 만족을 추구하고 있다”며 “또한 카부키를 모든 종업원들이 아침에 휘파람을 불며 출근하고 싶어 하는 일터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을 위해 카부키를 천국의 일터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 그가 갖고 있는 기업가 정신의 일면을 엿보게 했다.
이 CEO는 “현재 카부키 매장은 서부지역에 집중돼 있으나 앞으로 동부지역으로 매장을 늘려갈 계획“이라며 “세심하게 계획을 수립, 고객들이 원하는 곳에 새 매장을 오픈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영업의 개념이 다르며 상호도 다른 식당을 오픈, 고객들과 거리를 더욱 좁혀나갈 계획이다.
“식당은 노력한 만큼 결실을 얻는 정직한 비즈니스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매상이 큰 폭으로 느는 법은 없습니다. 차분한 걸음으로 성장을 유지하고 있는 카부키가 전국에서 최고의 식당 체인으로 자리매김하는 날이 올 것입니다.”
<황동휘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