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주인공 인희 역
실패도 성공도 했지만, 저는 꾸준히 도전했어요. 그것이 오랫동안 연기할 수 있었던 비결이죠.
배우 배종옥은 19일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처럼 말했다.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개봉(21일)을 앞두고서다.
배종옥은 영화에서 불치병에 걸린 주인공 인희 역을 맡았다. 돈이 아까워 버스를 타고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며 두 남매를 키우는 의사부인 역이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다소 과장된 설정 아닌가라는 지적에 대해 그는 "꼭 똑같은 상황은 아니더라도 비슷한 문제들을 갖는 게 가정 아닌가요?"라고 반문했다.
"굳이 딸이 유부남과 사귀지 않아도, 아들이 보청기를 끼고 살지 않아도, 그런 각자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게 가정 아녜요? 가족이 짐이란 생각이 때론 들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사실 그들이 있어서 행복한 거잖아요? 짐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가족은 좋은 거잖아요? 나이가 들면 더욱더 그런 생각이 강해져요."
영화 안에서 장성한 두 남매의 어머니로 나오는 그녀는 암에 걸린다. 배종옥의 어머니도 실제 암으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팔순의 나이였다.
"제가 늦둥이였어요. 어머니가 42살에 낳으셨죠. 어머니가 평생을 뒷바라지해주셨죠. 삶의 의지가 강하셨지만 가족들에게 암에 걸렸다는 말씀은 하시지 않았어요."
자녀들에게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밝히길 꺼리는 인희를 연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작고한 어머님이 떠오르지 않았을까.
"엄마를 지켜보면서 내가 느꼈던 슬픔, 엄마를 보내면서 느꼈던 감정들은 떠올랐어요. 그리고 엄마가 되니, 엄마로서 많이 느꼈던 감정들도 떠올랐어요. 하지만, 특정한 이미지를 가져와 연기하진 않았어요."
오롯이 그 인물이 되도록 겹치기 출연을 자제한다는 그는 이번만큼은 드라마 출연(호박꽃 순정)과 겹쳤다.
"드라마를 하는 입장이었지만 작품이 워낙 좋아서 욕심을 부렸어요. 정말 고민을 많이 했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그와 각별한 인연이 있던 노희경 작가가 쓴 동명 드라마(1996)가 원작이다.
가장 힘들었던 장면 중 하나는 변기를 잡고 토악질을 하던 화장실 신. 커트를 나누지 않는 롱테이크 장면이었다. 추위 속에서 감정을 끝까지 밀고 나가야했다.
"화장실이 매우 추웠어요. 냉골이었죠. 저녁 8시부터 새벽 4시까지 그 장면만 촬영했습니다. 많이 힘들었어요."
1986년 드라마 ‘노다지’로 데뷔한 그는 지금까지 수십 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다. "얼마나 많은 역할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하겠다"고 말할 정도다.
그는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던 비결에 대해 "잘하는 것만 하지 않은 것이 살아남은 비결"이라고 했다. 하지 않았던 역할도 하면서 연기의 스펙트럼을 꾸준히 넓혀왔다는 것이다.
"욕을 먹고, 비난을 받아도 배우로 가는 과정의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실패도 성공도 했지만 전 늘 도전했어요. 진짜 배우로 가는 과정의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했어요. 긍정적인 마인드도 가지고 있었죠."
수많은 캐릭터를 소화한 그는 무얼 더 해보고 싶으냐는 질문에 "멜로물이나 코미디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노래도 배워서 뮤지컬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나이 드니까 할 게 더 많아진다"며 쾌활히 웃었다.
"연기론, 그런 거창한 질문은 부담돼요. 전 그저 좋은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에요. 저는 제가 하고 싶어하는 작품에 몰입하면서 살고 싶을 뿐입니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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