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시내 4개 상영관서 2주간 동시 상영
12일 시사회서 300여 영화관계자 뜨거운 반응
2010년 국내서 개봉했던 임상수 감독의 화제작 ‘하녀’가 영화사에서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러시아에 진출해 흥행몰이에 나섰다.
2010년 칸 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 초청됐던 ‘하녀’는 러시아 최초의 독립영화관 ‘키노클럽’이 주관하는 여름 영화제 개막작으로 모스크바 시내 극장에서 12일부터 2주간의 상영에 들어갔다.
주러 한국문화원(원장 양민종)이 후원해 이날 저녁 7시부터 모스크바 시내 ‘시로먀트니체스키’ 거리에 있는 ‘빈 자보트(와인공장)’ 예술관 내 키노클럽 오픈 극장에서 열린 시사회에는 현지인 영화감독과 배우, 영화 산업 관계자, 언론인 등 3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예전의 낡은 와인공장을 개조해 전시관과 영화관 등의 예술공간으로 바꾼 빈 자보트는 모스크바 예술인들이 즐겨 찾는 문화공간으로 유명하다.
키노클럽 측은 애초 영화관 정원(200명)을 생각해 200여 명을 시사회에 초청했으나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극장을 찾아 일부 관객들은 바닥에 앉아 영화를 보기도 했다.
올가 파페르나야 키노클럽 사장의 인사말과 이윤호 주러 한국 대사의 축사에 이어 스크린이 밝아지자 관객들은 숨을 죽이며 영화에 빠져들어갔다.
서구 영화를 뺨치는 대담한 정사신에 눈이 휘둥그레지기도 했고, 잘 번역된 러시아어로 자막 처리된 코믹한 대사들에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100분이 넘게 이어진 사랑과 배신, 질투와 음모의 스토리가 복수에 나선 하녀 ‘은이’(전도연 역)의 분신자살과 정신적 파멸에 이른 주인집 남자 ‘훈’(이정재 역) 가족의 무미건조한 생일파티로 막을 내리자 관객석에선 박수가 터져나왔다.
생각에 잠긴 듯 영화관에서 나오던 현지인 시나리오 작가 타티야나 주코바는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인간세상의 보편적이고 중요한 테마를 예술성 높게 영상화했다"며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했으며 특히 여배우(전도연)의 연기가 아주 맘에 들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결말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도 있었으나 대부분의 관객은 영화의 예술적 완성도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하녀’는 시사회 다음날부터 약 300루블(1만 2천 원)의 관람료를 지불한 일반 관객들을 상대로 상영될 예정이다.
영화제 개막작으로 ‘하녀’ 상영을 고집했던 파페르나야 키노클럽 사장은 "개인적으로 한국 영화와 김기덕, 박찬욱, 이창동 감독 등을 좋아한다"며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현대적 영화를 만드는 나라 가운데 하나지만 러시아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의 영화 세계를 우리 영화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그는 "시사회 평가가 뜨거워 일반 관객들의 반응도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빈 자보트 영화관 개막을 시작으로 모스크바 시내 다른 영화관 4곳에서도 동시 상영할 계획이며 지방 순회 상영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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