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대 초 감기증세…행군 강행 후 결국 숨져
▶ 고열에도 부대 의무실 군의관 진료 한번도 못받아
뇌수막염에 걸린 채 야간행군에 참가했다가 숨진 노모(23) 훈련병은 고열증세 발병 이후 단 한 번도 부대 의무실에서 군의관의 진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31일 드러났다.
지난 23일 육군은 한달 전 야간행군에 참가했다가 고열 증세를 보여 연대 의무실에 갔으나 타이레놀 2정만 처방받고 방치됐다가 숨진 노모 훈련병(23) 사건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육군은 육군본부 감찰실장을 팀장으로 하는 조사팀을 구성해 조사한 결과 "의무병이 군의관 지시 없이 멋대로 타이레놀을 노 훈련병에게 처방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보도가 사실이었음을 인정했다.
연합뉴스는 12일 노 훈련병이 군의관의 진료를 받지 못했고 타이레놀을 처방한 사람은 의무실 병사라고 보도했으나 당시 육군훈련소 관계자는 "의무병이 임의로 처방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가 "조사 중"이라고 말을 바꿨다.
육군은 또 "소속 부대의 중대장과 소대장 등 간부들이 훈련을 마치고 복귀한 노 일병에 대해 아픈 증상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게을리했고, 군의관도 다음날 아침 의무실을 찾아온 노 훈련병을 안일하게 진료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합뉴스가 입수한 조사보고서를 보면 이 발표마저 사실과 다르거나 빠뜨린 부분이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노 훈련병은 23일 오전 3시40분께 연대 의무실에서 타이레놀 처방을 받고 나서 밤새 고열에 시달리다 오전 11시45분께 다시 연대 의무실을 찾았지만 군의관의 순회 근무시간에 늦었다며 진료를 받지 못했다.
23일 아침 의무실을 찾아온 노 훈련병을 ‘안일하게’ 진료했다는 군 발표와 달리 노 훈련병은 1차 진료기관인 소속 부대 의무실에서 어떤 진료도 받지 못한 것이다.
노 훈련병은 낮 12시20분께 병원급 의료기관인 훈련소 지구병원에 도착한 다음에야 군의관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이때 노 훈련병의 체온은 이미 39~40도에 달했다.
브리핑에서는 빠졌으나 노 훈련병이 행군 도중 체력이 떨어져 동료 훈련병이 밀어줬으나 지휘관은 이를 알지 못했다는 보도도 보고서에는 사실로 기록돼 있었다.
보고서에는 23일 오전 0시48분~1시 행군 중 뒤쳐져 동료 훈련병 2명이 (노 훈련병을) 밀어줬으나 간부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적혀있다.
23일 오전 2시10분께 부대로 복귀한 노 훈련병은 얼굴이 창백하고 입술이 파란 상태로 호흡곤란을 겪었으며 군장조차 벗지 못해 동료에게 의지해야 했으나 1시간30분이 지난 오전 3시40분에야 기간병을 따라 의무실을 방문할 수 있었다.
노 훈련병이 입대 초기부터 심한 감기를 앓은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노 훈련병은 입대 2주차인 4월4일부터 기침이 심해 11일 연대 의무실에서 진료를 받았으나 소대장과 중대장 등 지휘관은 노 훈련병의 건강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행군에 참가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팀은 노 훈련병 사망사건을 통해 ▲환자 파악 및 관리 부실 ▲환자 발생시 보고체계 미확립 ▲군의관에 의한 조기진료 지연 ▲훈련소 교육연대 의료지원체계 미흡 등의 문제점을 도출했다.
그러나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군은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겠다고 했지만 비슷한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며 "말뿐이 아닌 실질적인 개선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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