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시간과 입맞춤하고픈 유혹에 시달린다. 벽에는 동백꽃 가득 피었다. 농묵(濃墨)의 중후한 선으로 그려낸 산색(山色)에 마음이 흔들리다 보면 저쪽 공산(空山)에는 금빛 달이 걸려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그 옆에는 한 낯선 사내가 살고 있다. 연필로 그린 그 생묘(生妙)한 얼굴은 자신을 들여다보는 관람객의 눈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너는 누구냐?”고 되묻는다.
공간으로 눈길을 돌리면 자기 주전자와 분청사기의 그윽함이 설레게 한다. 넘치는 인위(人爲)의 문명에서 자연의 풍경을 빚고 그려내는 작가들의 손은 참신하다. 시간은 그 안락한 조형의 질서 속에서 오래 머물고픈 마음뿐이다.
워싱턴 여성회가 이례적으로 회원전을 열고 있다. 4일부터 9일까지 애난데일의 코리아 모니터에서의 회원전에는 6명의 숙련된 여성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장르도 다양하다. 신디 황씨는 도자기와 유화, 그리고 초상화 등 7점을 선보인다. 지니 오씨도 10점의 분청사기를 출품했다. 생활용품이다.
은숙 에크베리씨는 꽃을 메인 주제로 한 유화 8점, 성자 세이어씨는 한국 전통 매듭을, 영희 크라우스씨는 아크릴과 연필화, 요시코 와이크(한국이름 배명란)씨는 수묵화 12점을 내놓았다. 배씨는 스미소니언박물관에서 동양화 지도를 맡는 등 30년 이상 수십 차례 작품전을 해온 베테랑이다. 각자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작가들은 저마다 찬란한 개성을 쏟아내며 6월의 전시장을 꽃이 만개한 들판으로 만들어 놓았다.
전시회는 매일 오전 10-오후 7시에 문을 연다. 입장료는 없다. 마음껏 감상해도 나무랄 이 없으며 판매도 한다. 일부 작품은 예쁜 카드로 만들어 수익금은 여성회의 문화사업 기금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전시회를 마련한 워싱턴여성회 최은희 회장은 “회원들 중에 솜씨가 빼어난 전문 작가들을 한 자리에 모으면 아름답겠다 싶었다.”면서 “동포들께서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삶의 여유를 찾고 여성회가 가는 길에도 힘을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의 (703)314-8353 신라 뤠호 준비위원장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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