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플로리다의 일부 산부인과 의사들이 과체중 여성들을 환자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중을 바탕으로 한 진료 거부는 불법은 아니지만 의료인의 직업정신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플로리다주의 일부 산부인과 의사들이 비만한 여성 환자들을 ‘문전박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역 일간지 ‘선 센티넬’(Sun Sentinel)이 남부 플로리다의 산부인과 병원 105곳을 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15곳이 체중을 기준한 컷오프(cut-off)제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얄궂은 체중 컷오프제에 따라 몸무게가 기준치를 벗어난 여성은 진료실 문턱을 넘어서지 못한 채 환자 대열에서 탈락한다. 컷오프 통과에 실패한 운동선수들이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하는 것과 흡사하다.
플로리다주 일부 산부인과 병원
2백파운드 이상 여성 컷오프제
합병증 많고 난산·소송 잦은 탓
전문가들 “의료인 정신에 위배”
환자들의 체중에 제한을 두는 산부인과들은 몸무게가 200파운드가 넘거나 지표상 비만에 해당하는 여성들에게 퇴장을 명하는 ‘레드카드’를 꺼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일부는 체중이 일정한 수준을 넘어가면 기존의 진찰대나 다른 의료기구들을 사용하기 힘들다는 점을 비만환자 ‘사절’ 이유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핑계일 뿐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체중 컷오프제를 시행중인 6명의 의사들은 비만환자의 경우 합병증 위험이 정상적인 몸무게를 지닌 환자에 비해 훨씬 높다는 사실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사우스 마이애미의 산부인과 개업의인 알버트 트리아나 원장은 “비만환자를 치료하려면 우리가 얼마나 큰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하는지 일반인은 상상도 못할 것”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비만환자는 치료과정에서 뭔가 잘못될 위험이 높고 이로 인해 담당의사가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통계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의사 입장에서 보면 과체중 여성은 가급적 피하고 싶은 0순위 환자일 수밖에 없다.
플랜테이션 산부인과를 공동으로 이끌어가는 솔로몬과 이사벨 오테로-에찬디는 몸무게가 250파운드를 넘는 환자는 무조건 ‘퇴짜’를 놓는다.
익명을 요구한 플랜테이션의 오피스 매니저는 “뚱뚱한 여성을 환자로 받았다가 체중과 관련된 건강상의 문제가 발견돼 다른 전문의에게 보내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며 “그런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아예 처음부터 비만환자는 받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비만환자를 멀리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다른 모든 서비스 업종 종사자들과 마찬가지로 의사들도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 한 어떤 이유에서건 진료를 거부할 수 있다.
심지어 서로 성격이 맞지 않는다는 것도 진료 거부의 합법적 사유가 된다.
인종과 성, 성적 취향과 전염성 질환에 근거한 진료 거부는 미 의학협회가 지정한 차별행위에 해당하지만 그 외는 말 그대로 ‘의사 맘대로’다.
의사들은 새로운 환자를 받지 않을 권리를 지닐 뿐 아니라 “적절한 치료를 제공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기존 환자를 털어낼 수도 있다. 물론 해당 환자에게는 서면으로 사전통고를 하고 새로운 의사를 소개해 주어야 한다.
선 센티넬이 조사한 바로는 현재 체중 컷오프제를 실시하고 있는 산부인과 병원은 남부 플로리다주에 국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은 비만 여성의 비율이 높을 뿐 아니라 난산을 겪었다며 산후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다른 곳에 비해 월등히 많은데도 불구하고 오진 보험료가 오지게 높아 산부인과 전문의들의 절반 이상이 보험 없이 시술하고 있다는 특성을 지닌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이곳의 산부인과 병원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과체중 임산부들에 대한 진료를 사실상 거부해 왔다.
비만 임산부의 경우 일반적인 초음파 검사기로 자궁내부를 들여다보기 힘들어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힘들 때가 많기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전문의들에게 소개해 주는 관행이 일반화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산과가 아닌 부인과 환자를 몸무게만을 이유로 내치는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선 센티넬이 접촉한 시와 주 및 전국 규모의 8개 의학협회들도 단지 몸무게가 무겁다는 이유만으로 의사가 환자를 되돌려 보낸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언론 보도를 통해 남부 플로리다 지역 산부인과 병원의 10% 이상이 비만 여성을 환자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의사윤리 전문가들과 의료인그룹 지도자들은 “체중에 바탕한 진료 거부가 불법행위는 아닐지 몰라도 의료인 직업정신에 위배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플로리다 산부인과학회 보드멤버인 로버트 옐버턴 박사는 “환자들에 대한 치료 결정은 검진을 통해 개별적인 상태를 평가한 후에 내리는 것이 통례인데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특정 그룹 전체를 사전에 배제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체중 환자도 의사를 필요로 한다고 강조하고 만약 모든 병원들이 체중 컷오프제를 채택한다면 퇴짜를 맞은 환자들은 의료 사각지대로 밀려나게 된다고 말했다.
물론 체중 컷오프제를 바라보는 비만인들의 시선도 고울 턱이 없다.
플로리다주 탬파 소재 비만인 권익단체인 ‘오비서티 액션 코올리션’(Obesity Action Coalition)의 제임스 제르비오스 대변인은 “체중제한은 명백한 차별이 아니냐”고 반문하고 “의료계 전문 종사자들이 해야 할 일은 각 개인이 건강의 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 몸무게를 기준삼아 오명을 안겨주는 것이 아니다”고 일침을 놓았다.
참고로, 현재 미국인 가운데 3분의1에 해당하는 9,300만명은 비만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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