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동안미녀’, 12회 만에 월화극 1위 올라
장나라의 발군의 연기력과 짜임새 있는 스토리가 마침내 역전극을 펼쳤다.
디자이너의 꿈을 펼치려는 34세 고졸 여성의 절박한 진심이 안방극장에 통한 셈이다.
비록 뚝배기가 달아오르듯 그 속도는 더뎠지만, 드라마는 지금까지 끓이며 은은하게 배합된 재료들의 맛을 발판으로 이제 보글보글 맛있는 소리를 내며 시청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장나라 주연의 KBS 수목극 ‘동안미녀’가 12회 만에 월화극 시청률 정상에 올랐다. 8일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전날 ‘동안미녀’는 전국 15.5%, 수도권 1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같은 시간 방송된 이다해 김승우 박유천 주연의 MBC ‘미스 리플리’는 13.7%, 강지환 윤은혜 주연의 SBS ‘내게 거짓말을 해봐’는 10.1%였다.
◇나이 많다고 해고된 고졸 여성의 눈물겨운 위장취업기 = 이소영은 34살의 고졸 여성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14년간이나 원단 회사에서 성실하게 일하며 우수사원으로 뽑히기도 했지만 오로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어느 날 갑자기 해고된다.
어려서부터 디자이너의 꿈을 키웠지만 가난한 가정 형편 때문에 고교 졸업 후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던 이소영은 그러나 졸지에 밥벌이조차 못하게 되면서 절박한 마음에 위장취업을 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나이를 무려 9살이나 깎았고, 이름은 동생인 이소진의 것을 빌렸다. 그럴 수 있었던 건 나이보다 한참 어려보이는 얼굴과 체구 덕분.
그는 ‘최강 동안(童顔)’을 무기로 패션회사에 25살 막내 사원으로 취직해 실제로는 자신보다 한참 어린 선배와 상사들을 받들어 모시며 버텼다. 더럽고 아니꼬운 상황들이 이어졌지만 그래도 잘만하면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이소영은 모든 것을 씩씩하고 즐겁게 감내했다.
그러나 거짓말은 들통나기 마련이지만 드라마는 거짓말이 드러나는 것을 종착지점으로 삼지는 않았다. 지난 6일 방송에서 이소영이 스스로 모든 진실을 토설하게 한 후 다시 한 번 기회를 줬다.
◇코믹한 소동극에 절박한 생존기, 그리고 따뜻한 마음씨 = 드라마는 이소영이 ‘동안’을 무기로 위장취업을 하는 상황과 그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을 코믹하게 그리며 처음부터 ‘거짓말’에 대한 부담을 많이 덜어냈다.
거짓말 때문에 벌어지는 장나라와 최다니엘의 소동극은 귀엽고 유쾌했으며, 실제로 나이보다 많이 어려보이는 장나라의 외모는 극중 벌어지는 상황들이 모두 그럴 듯하게 보이게 했다.
이는 똑같이 위장취업을 소재로 했지만 어둡고 심각하게 전개되는 ‘미스 리플리’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전략.
또한 이소영이 끝까지 거짓말을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이 디자인한 제품이 출시되면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데드라인을 설정했고 취업 과정 외에는 어떠한 권모술수를 펼치지 않고 오로지 실력과 성실성으로 승부를 걸었다는 점 등은 이 드라마의 채도를 높였다.
특히 따뜻한 마음씨와 학력으로 재단할 수 없는 재능은 시청자가 이미 그의 거짓말을 용서하게 만들었다. 부모의 이혼 후 마음을 닫은 사장의 어린 딸이 오로지 이소영에게 곁을 내주는 부분 등은 나이와 학력 등 서류에 적히는 것들이 결코 사람의 됨됨이를 평가할 수 없음을 꼬집는다.
초반 코믹함으로 분위기를 풀었던 드라마는 이소영의 거짓말이 드러난 후 ‘업무방해’ ‘사기’ ‘해고’ 등 심각한 용어들이 등장하면서 잠시 무거워지는 듯했지만 12회에서 이소영에게 만회의 기회를 주면서 해피엔딩에 대한 기대를 안겨줬다.
◇장나라 탄탄한 연기에 등장인물 고른 호연 = 드라마는 무엇보다 주인공 장나라의 탄탄한 연기 덕을 크게 보고 있다.
그간 중국 활동에 전념하느라 6년 만에야 안방극장에 돌아온 장나라는 꿈을 향한 이소영의 간절한 마음을 설득력있게 표현하고 있다. 그는 특유의 친근하고 살가운 매력을 발산하면서도 한층 성숙해진 연기로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책임지고 있다.
작고 가녀린 체구에 실제 동료배우들도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앳된 얼굴이지만 그는 무시못할 내공을 과시하며 드라마를 장악하고 있다.
또한 최 다니엘, 류진, 김민서, 현영 등 출연진들의 고른 호연이 뒷받침되면서 자칫 허무맹랑할 수 있는 스토리가 현실감을 얻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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