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비용’이라는 개념에는 물리적 비용과 사회적 비용이 있다. 전자는 북한의 경제력을 남한의 절반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소요되는 투자비용이고, 후자는 분단 65년 동안 이질화된 언어, 문화, 사상, 경제논리, 관습 등으로 말미암아 발생될 남북한 주민간의 갈등을 미리 해소시키기 위하여 소요되는 비용이다.
물리적 비용에 대하여 국내외 학자와 연구소들은 무려 10조 달러에서 100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의 현재의 경제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규모이다. 그런데 독일이 통일된 지 20년 이상이 되었어도 동서독 주민들이 아직까지도 서로 배타적인 감정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커다란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아직 이러한 사회적 비용을 고민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정부는 1988년부터 <남북한 경제교류와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1990년대에 들어와서는 <남북한 사회문화교류와 협력사업>도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전자는 남북한 물자교류(남한 공산품과 북한의 농림수산물 간의 물물교환 등)와 합작투자(평양 대마방직공장, 금강산 관광사업 등)를 의미하고, 후자는 남북한 인적교류와 협력(금강산 이산가족 만남, 대구 유니버시아드게임 때 북한 여대생응원단 방문, 남북인적교류 등)을 의미한다.
경제교류와 협력 사업은 바로 통일의 물리적 비용을 감축하기 위한 것이고, 사회문화교류와 협력 사업은 바로 통일의 사회적 비용을 감축하기 위한 것이다. 북한 경제력을 남한의 절반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이유는 통일 후 남북한의 경제력 차이가 크면 북한 주민들이 먹거리와 일자리를 찾아 일거에 남한으로 이동해 대혼란을 겪게 되기 때문이다.
사회적 비용을 감축하려는 목적은 북한사람들이 남한의 사회, 문화, 경제, 정치제도 등을 이해하도록 하고 동시에 남한 사람들도 북한의 그것들을 이해함으로써 서로 오해를 줄여서 더불어 사는 데 갈등이 없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북한주민을 우리가 직접 교육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신 이미 남한으로 이주해 온 2만명의 탈북민들을 통하여 북한주민을 바르게 이해할 수가 있다. 이것이 남한으로 이주해 온 탈북민을 우리가 잘 보살펴야 할 중요한 이유이다.
그런데 북한을 탈출하고 남한으로 입국하기 위하여 제3국에서 대기하고 있는 탈북민이 무려 30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들이 남한으로 오게 되면, 인구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남한에 중대한 본원적 생산요소(노동)로 작용하게 될 뿐만 아니라 이들을 통한 ‘북한 바르게 이해하기’가 더욱 수월해져 통일의 사회적 비용 감축에 기여하게 된다. 그런데, 제3국 거주 탈북민을 남한으로 데려오는 일은 외교 문제 상 한국(민간인이나 정부 모두)이 직접적으로 나서기가 매우 어렵다.
미국에는 200만명의 동포가 있다. 재미동포들의 바람은 조국 대한민국이 더 강하고, 잘사는 나라가 되는 것일 것이다. 모국이 더 잘 살기 위해서는 양적으로는 본원적 생산요소(토지, 노동, 자본)가 확대되어야 하고, 질적으로는 그 생산요소의 생산성이 제고되어야 한다. 30만명의 탈북민이 남한으로 이주하기 위하여 제3국에서 대기 중이라 하니 미주 한인사회가 이들을 적극적으로 돕는다면 좋지 않을까.
윤기관
SFSU 객원교수·충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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