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타라 가르샤(오른쪽)와 그녀의 자녀들이 세바스차오 로렌코의 가슴에 손을 댄 채 심장박동을 느끼고 있다. 로렌코는 2010년 3월에 사망한 가르샤의 남편 줄리오로 부터 심장을 이식받았다.
미르타라 가르샤는 세바스차오 로렌코의 가슴에 가만히 귀를 갖다 댔다. 심장박동 소리는 고르고, 힘찼다. 가르샤는 로렌코를 이날 처음 만났지만 그의 가슴속에서 뛰는 심장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로렌코의 심장은 원래 그녀의 남편 줄리오의 것이었다. 줄리오는 지난 2010년 3월, 38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으나 그의 심장은 로렌코의 가슴에서 여전히 힘차게 뛰고 있다.
갑자기 사망 남편 장기기증 8명에게 새 삶 열어줘
수혜자들, 은인 유족과 한자리 ‘감사·행복의 눈물’
“하루 20여명 이식 대기자 죽어가는 상황 안타까워”
지난 5월11일, 줄리오로부터 생명을 나눠받은 다섯 명의 장기이식자들이 은인의 유족을 만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대부분의 경우 장기 수혜자와 기증자 유족은 서로에게 익명으로 남기를 원한다. 양측의 맞대면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쪽’이나 새 생명을 ‘얻은 쪽’ 모두에게 만만치 않은 감정적 부담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이 날 만남을 주선한 뉴욕 장기기증자 연대의 엘레인 버그 회장은 “줄리오의 케이스는 여러 면에서 보기 드문 진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보통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수혜자와 기증자 유족의 만남이 성사된 것도 그렇지만 단 한 명의 기증자가 다섯 명에게 장기를 나눠 준 것 역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버그 회장은 지난 11년간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한꺼번에 재생의 기회가 주어진 것을 본 적이 없다며 기증자에게서 적출할 수 있는 장기는 평균 세 개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줄리오에게서 장기를 이식받은 수혜자들은 이들 다섯 명뿐이 아니다.
젊고 건강했던 줄리오는 양쪽 눈의 각막과 심장, 한쪽 폐, 췌장과 한 쌍의 콩팥 및 간 등 무려 여섯 개의 튼튼한 장기를 내주었다. 이들 중 콩팥과 간은 각각 두 사람에게 나누어 이식됐으니 모두 여덟 명이 그의 죽음을 통해 새 삶을 얻거나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셈이다.
이들 가운데 췌장을 이식받은 미네소타의 남성은 익명으로 남기를 원한다며 감사의 뜻만 전한 채 가르샤와의 만남을 정중히 거절했고 간의 일부를 나눠가진 두 살배기 유아는 수혜자 본인 대신 가족이 참석했으며 각막 이식자는 모임에 초대되지 않았다.
이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만든 진짜 주인공인 줄리오는 과테말라에서 건너온 귀화 이민자로 건설현장 인부로 일하면서 코네티컷주 스탬포드의 개척교회 목사로 활동했었다.
가르샤와의 사이에 올해 각각 다섯 살과 열한 살, 열여덟 살이 된 세 명의 자녀를 둔 줄리오는 2010년 3월17일 일터에서 심한 뇌출혈을 일으켰다. 그 날은 수요일이었다.
건설현장 인근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그는 완전히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뉴욕-프레스비테리언/웨일 코넬 병원으로 옮겨졌다.
프레스비테리언/웨일 코넬 병원에서 치명적 신경계통 질환을 담당하는 ‘뉴로크리티컬 케어’(신경 집중치료) 과장 악셀 로젠가트 박사는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줄리오는 자력호흡이 불가능했고 혈압도 극도로 낮은 수준이었다며 이는 뇌출혈로 뇌간이 크게 손상된 전형적인 징후라고 설명했다.
줄리오는 다음날 오후 두 명의 의사로부터 뇌사판정을 받았다. 뇌사판정 확진이 나온 후 로젠가트 박사와 뉴욕 장기기증자 연대의 소셜워커인 미셸 아귀르는 가르샤를 상대로 줄리오의 장기기증 의사를 타진했다. 그러나 가르샤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녀는 “그때 나는 남편의 뇌사판정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기적이 일어날 것으로 믿고 싶었다”고 술회했다.
생애 가장 고통스런 순간에 사랑하는 사람의 장기를 떼어내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겨운 일일 수밖에 없다.
충격과 슬픔에 잠긴 뇌사자 가족에게 장기기증을 설득하는 의료인과 소셜워커의 마음도 불편하긴 매한가지다. 하지만 장기기증을 기다리다 죽어가는 환자들을 생각하면 꼭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전국의 장기이식 시스템을 감독하는 미국장기이식센터(UNOS)에 따르면 대기자 명단에 오른 미국 내 환자들의 수는 11만1000여명. 그러나 지난해 장기이식 수술 건수는 2만8,663건에 불과했다.
UNOS는 대기자들 가운데 올해에만 6,000명에서 7,000명이 필요한 장기를 구하지 못해 숨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루에 최소한 20명가량의 대기자가 덧없이 사망하는 셈이다.
줄리오가 뇌사판정을 받은 지 이틀째인 금요일 로젠가트 박사와 아귀르와 가르샤에게 “남편이 무엇을 원할 것인지 생각해 보라”며 간곡한 2차 설득작업을 벌였다.
가르샤는 이날 밤 장기기증 동의서에 서명했다.
그녀의 동의를 얻은 의료팀과 뉴욕 장기기증자연대는 즉각 이식 대기자 명단에 오른 후보들의 혈액형과 신체 사이즈 등을 검토,수혜자를 선정한 후 긴급연락을 취했고 병원으로 달려온 환자들에게 무사히 이식수술을 마쳤다.
이날 한 자리에 모인 다섯 명의 장기 이식자들에게도 지난 1년은 힘든 시간이었다. 이식수술에 따른 감염과 새로운 장기에 대한 거부반응으로 버거운 약물치료를 받아야했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고, 자신들의 생존이 줄리오의 죽음과 가르샤의 결단으로 가능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이날 가르샤는 이따끔씩 눈물을 보이면서도 행복해 했다.
남편과 마찬가지로 과테말라 이민자인 가르샤는 아직도 줄리오를 잃은 상실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남편 사후 청소일을 하며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가르샤는 “장기기증은 평소 남을 돕기 즐겨했던 줄리오가 원하던 일이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그가 다른 사람들을 통해 아직도 살아 있다는 생각에 한없는 위안을 느낀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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