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살다 3년 전 재혼한 한인 김 모(65)할머니는 요즘 이혼을 심각히 고려중이다. 60대 후반인 남편의 잦은 음주와 욕설을 더는 참지 못할 지경에 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할머니는 “재혼 초기에는 자상했던 남편이 시간이 지나자 술만 마시면 폭언을 일삼는다”며 “이러다 남편이 물리적 폭력까지 행사할 것 같고, 나 역시 참는데 한계가 있어 이혼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황모(62) 할머니도 남편의 상습적인 폭행에 시달리다 얼마 전 이웃들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의 도움을 받아 현재 가정폭력 쉘터에서 생활하고 있다.
최근 70대 한인 노인이 재혼한 부인과의 가정불화 끝에 60대 부인을 새벽 대로에서 망치로 무차별 폭행, 중상을 입힌 후 분신자살한 충격적 사건이 LA에서 발생, 노인 가정에서의 ‘황혼 폭력’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한인 상담기관들에 따르면 최근 60대 이상 한인들의 가정폭력 관련 상담이 증가추세에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더욱이 한국적 사고방식이 강한 노인들이 부부 불화를 거의 드러내지 않는 특성상, 실제로 문제를 갖고 있는 노인 가정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인봉사센터 조지영 사무총장은 “가부장적 제도에 익숙한 60대 이상 한인 남성들이 은퇴하면서 사회활동이 축소되고 부부가 함께 있다 보니 충돌이 많을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정영희 기자.2면으로 계속>
조 사무총장은 이어 “또 갱년기 이후 홀몬의 변화로 여성들은 목소리가 커지는 데 반해 남편들은 위축되고 소심해지며 허탈감의 해소가 가정폭력으로 분출되기도 한다”고 진단했다. 즉 이민사회내 노년층 남성들의 이탈감과 무기력감 등이 크게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가정상담소 카운슬러인 이규성 박사는 “젊을 때는 자녀 양육과 생업에 바빠 불만이 있더라도 쉽게 넘어가는 데 반해 나이 들어 자녀가 모두 집을 떠난 후 둘이 남게 되며 그 안 잠재돼 있던 문제들이 수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한다”며 “특히 남편들은 약해진 가장의 위상, 신체적, 심리적 위축 등 심리적 갈등을 겪으며 더 예민해진다”고 분석했다.
재혼한 한인 노인 가정 가운데 한쪽만 시민권이 있는 경우 합법적인 체류신분과 웰페어를 볼모로 배우자에게 상습적인 폭행이나 폭언을 일삼는 행위도 종종 발생한다.
‘황혼 폭력’을 방지하고 ‘행복한 노년’을 위한 방법으로 가정문제 전문가들은 “서로를 존중하고 아끼는 자세, 열린 대화, 배우자와 함께 운동, 취미 등 여가를 즐길 것” 등을 조언했다.
이규성 박사는 “문제가 생길 경우 반드시 전문기관을 찾아 상담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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