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들의 망신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달 28일 시카고에서 열린 차기회장 선거에서 우편투표로 실시된 부재자 투표 발송지와 유권자 정보 불일치로 부정선거 시비에 휘말렸던 미주한인회총연합회(미주총련)가 이번에는 당선자가 선거결과에 이의를 제기한 낙선자에게 거액을 제공하며 회유하려했다는 매수시도 논란까지 일면서 막장선거의 완결판이자 선거추태의 최종판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이번 선거는 서남부연합회장을 지낸 김재권 이사장과 동남부연합회장을 지낸 유진철 부회장이 맞붙어 역대 보기 드문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졌다. 결과는 411표를 얻은 유 후보를 516표로 누른 김 후보의 당선. 하지만 사단은 당선발표 직후 벌어졌다. 낙선한 유 후보가 유권자가 8명뿐인 지역에서 우편투표 용지 33장이 발송돼 부재자 투표에서 부정선거가 자행됐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 결국 이날 선거가 실시된 시카고 소스브룩힐턴 호텔은 난장판이 됐고 경찰이 출동하고서야 가까스로 소란은 가라앉았다.
이날 유 후보의 주장은 낙선한 후보의 의례적인 선거불복 시비로 치부되며 지나갈 수도 있었으나 사태는 엉뚱하게 비화했다. 당선된 김 후보가 낙선한 유 후보에게 15만 달러를 건네며 부정선거시비를 무마하려했다는 폭로가 터지면서 파장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폭로가 맞다면 이는 후보자를 매수하려 한 최악의 선거부정 행위에 해당된다.
결국 이 막장 선거 추태는 한인사회는 물론 한국 언론을 통해 한국에까지 알려져 미주한인들은 허울뿐인 단체의 회장 자리 선거조차 제대로 못 치르는 동포라는 조롱거리가 됐다.
전현직 한인회장 1,2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미주총련은 명목상이긴 하지만 한인 사회를 대표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회장 자리는 내년 4월 한국총선을 앞두고 한인사회 몫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챙길 수 있는 자리로 여겨져 어느 정도 이번 사태는 예견되기도 했다.
미주총련은 정관에서 “미주전역에 현존하는 한인회로 구성하며, 지역 한인회를 관장하고 전체 미주한인을 대표한다“고 한인사회 대표 단체를 자임하고 있지만 스스로의 주장일 뿐이다. 250만 한인들은 언제, 어떤 절차를 통해 ‘미주총련’이란 단체에 대표권을 위임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선거꾼들의 금품수수와 부정선거 모략으로 악취 진동하는 밀실에서 뽑힌 회장이 한인사회의 대표를 참칭하며 한인들 얼굴에 먹칠을 하는 추태는 더 이상 용납하기 힘들다.
미주총련 스스로도 그간 무엇을 위해 존재했고, 과연 존재할 이유가 있기는 했던 것인지 냉철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오는 30일 임시총회가 바로 그 기회이다. 스스로 사라져야 할 때를 아는 것도 큰 선이다.
김상목
사회부 부장대우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