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의 평택에서 가정폭력에 견디다 못한 부인이 재산가인 남편을 둔기로 살해한 후 자살했다는 기사가 신문에 보도된 적이 있었다. 남편의 재산은 100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혼하면 상당한 위자료를 받을 텐데 왜 살인까지 서슴지 않았을까. 그리고 왜 자살했을까. 어딘가 납득이 안 가는 사건이었다.
그런데 지난주 이 사건의 진상이 밝혀졌다. 아들이 어머니와 짜고 아버지를 살해한 후 어머니의 자살도 방조했다는 것이다. 100억원을 상속받기 위해 아들이 아버지를 계획적으로 살해하고 어머니까지 죽음으로 몰아넣은 셈이다.
사랑에 열중하면 눈이 먼다고 하지만 돈에 너무 집착해도 눈이 먼다. 요즘 한국에서 형제지간에 일어나는 소송 중에 가장 많은 것이 유산 분배를 둘러싼 싸움이라고 한다. 부동산 붐이 일어나 벼락부자가 된 사람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돈은 넘치고 철학은 빈곤한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른바 졸부들의 등장이다.
한편 지난주 아버지 살해사건과 대조되는 결단을 미국 재벌이 시범 보였다. 미국 최고의 부자인 빌 게이츠가 자신은 자녀들에게 먹고 살만큼만 유산을 남겨줄 것이며(1,000만달러)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포브스에 의하면 빌 게이츠의 재산은 560억달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는 제일 부자지만 세계 랭킹으로는 두 번째다. 1위는 멕시코의 통신재벌 칼로스 슬림(740억달러)이다. 3위가 미국의 워런 버핏(500억달러)이며 그는 지난해 370억달러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자선기관에 희사했었다. 4위가 돈페리뇽 샴페인, 헤네씨 코냑, 루이뷔통을 갖고 있는 프랑스의 버나드 아놀(410억달러)이다.
이들은 모두 자선사업을 하고 있지만 게이츠와 버핏은 전 재산의 사회 환원을 계획하고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철학을 갖고 있는 반면 멕시코의 슬림과 프랑스의 아놀은 가족에게 유산을 상속시킬 예정인 것이 다르다.
돈은 내가 모았지만 그 돈은 나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이런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멋있는 사회다. 요즘 한국에서도 자녀에게 유산 물려주지 않기 캠페인이 일어나고 있다. 또 재산은 물려주되 사망보험금은 자동적으로 자선단체에 전달되도록 유언을 남기는 운동도 번지고 있다. 삼성과 현대가 경영에서는 뛰어나지만 자선에서는 별로다. 삼성정신은 일류·사람·품질, 현대정신은 신용·검소 등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세계의 재벌로 발돋움하려면 자선행위도 세계 수준에 올라야 일류재벌 대접을 받는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연임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자선정신을 강조한 것은 의미 있는 충고다.
유산에는 유형유산도 있지만 무형유산도 있다. 무능하고 상식이 결핍된 자식에게 돈을 많이 남긴다는 것은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이들이 재물의 노예가 되면 효도정신도 날아가 버린다. 자식이 노년보험이 되기는커녕 실망한 부모와 자식 간에 소송사태가 벌어지는 등 늙어서 추한 장면을 겪게 된다.
자식에게 돈보다 정신을 물려주자. 유형유산보다 무형유산이 더 값나가는 유산이다. 무형유산이 없이 유형유산만 물려주는 것은 시한폭탄을 물려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집 한 채 물려주더라도 거기에는 부모가 그 집을 얼마나 어렵게 마련했는가를 보여주는 정신적인 유산이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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