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군은 SAT를 보러 가서 엉뚱한 이유로 시험을 망쳤다. 왼손잡이인 그는 손받침대가 오른쪽에 있는 책상에 앉아 상체를 삐딱하게 기울여야 하는 불편한 자세로 곤욕을 치른 것이다. 왼손잡이의 불편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오른손잡이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가위ㆍ냉장고ㆍ카메라 같은 생활용품은 물론이고 운동기구나 악기를 다루는데 불편을 감수하거나 사용하는 손을 바꾸는 훈련을 해야 한다.
애플의 아이폰4가 출시되었을 때 왼쪽 하단에 위치한 안테나로 인해 수많은 이용자들이 수신 불량을 경험한 것이 좋은 예다. 자연스레 왼쪽 하단을 감아 쥐어야 하는 왼손잡이들의 불만이 폭주했고, 왼손잡이 차별이라는 비난까지 터지고, 설계와 테스트팀에 왼손잡이를 고용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일상생활에서 불편한 것은 그런대로 견딘다 하겠지만 문화적ㆍ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곤경을 치르거나 아웃사이더로 취급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1991년 걸프전이 한창일 당시 노만 슈워츠코프 총사령관은 사우디 고관이 베푸는 만찬에 초청받았다.
공식석상에서 왼손 사용이 금지된 이슬람의 풍습에 따라 모든 참석자들은 오른손으로 음식을 주물러 작은 주먹밥 사이즈로 만들어 먹었다. 하지만 왼손잡이인 노만 장군은 상대방에게 무례를 범하지 않기 위해 자꾸 올라오는 왼손을 엉덩이 아래에 깔고 엉거주춤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야 했다.
캐나다의 심리학자 스탠리 코렌이 <왼손잡이 신드롬>에서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 보다 평균 9년 정도 수명이 짧다고 발표해 왼손잡이를 우울케 만들었는가 하면, 호주의 마이크 니콜 교수는 어린이 5,000명을 대상으로 학습능력을 조사해 왼손잡이 학생이 오른손잡이 학생보다 두뇌역량이 떨어진다며 기를 죽였다. 그는 또한 왼손잡이를 예정일보다 빨리 태어나는 조산아에 비유하기도 했다.
일찍 죽거나 뭔가 덜 떨어진 사람으로 판정받는 왼손잡이, 종교 앞에서도 ‘왼쪽’은 코너로 몰린다. 성경은 최후의 심판을 설명할 때 양은 오른쪽, 염소는 왼쪽으로 분리해서 왼쪽무리는 지옥으로 보낸다고 기록하고, 미국의 한 근본주의 저널은 왼손잡이를 ‘검은 염소, 멍텅구리’라고 까지 표현한다. 불교에서도 열반에 이르려면 오른쪽을 따라가고 왼쪽은 버리라고 종용한다. 왼손보다 오른손을 더 중요시 여기는 이슬람교는 오른손으로 허리 아래의 ‘더러운 것’을 만지지 못하게 한다.
학교와 가정에서도 왼손잡이에게 관대하지 않다. 왼손으로 글씨를 쓰지 못하도록 강요한 <팔머 가이드>는 100년 전 출판돼 오늘날까지 일부 교사와 부모에게 표준 교과서로 인식되고 있다. 60년대 미국 남부의 가톨릭 학교에서 믿었던‘왼손잡이는 사탄에 물들었다’라는 어이없는 편견을 아직도 수긍하는 학교도 있다.
어원적으로도 왼쪽은 ‘재수없는, 사악한, 서투른’이라고 정의된 반면, 오른쪽은 ‘정확, 권위, 능숙’의 의미를 지녔다. 역사적으로는 공장 노동자를 일사불란하게 다루고, 각종 기계를 표준화시켜야 하는 산업혁명으로 인해 왼손잡이 보다는 오른손잡이가 선호되었다.
아웃사이더 같은 왼손잡이, 교정이 필요할까. 강요된 교정은 말을 더듬거나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한다. 강요하기 보다 왼손잡이에 대한 편견과 오해에서 벗어나 그들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8월 13일, 영국 왼손잡이협회가 20년 전에 제정한 ‘세계 왼손잡이의 날’하루 만이라도. 마침 <아이디어 2011>이라는 산업디자인 공모전에서 최근 삼성전자가 캠코더에 스위치 그립, 즉 180도 회전이 가능한 화면을 장착하여 은상을 수상했다. 왼손잡이, 오른손잡이 모두를 위한 스마트한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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