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무릎을 꿇고 눈물까지 흘리며 호소했지만 민심은 끝내 그의 주장을 외면했다. 차기 대선에 불출마하고 주민투표에서 실패하면 서울시장직을 내놓겠다는 ‘승부수’도 통하지 않았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투표율이 개표요건인 33.3%를 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해 보수 진영이 무상급식에 대한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최종 투표율 25.7%는 전면적인 무상급식을 표방한 서울시교육청과 진보진영의 논리가 단계적 무상급식을 내세운 오세훈 시장과 보수진영의 논리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았음을 의미한다.
주민투표가 단순히 무상급식 정책에 대한 주민의견을 묻는 수준을 넘어 복지정책에 대한 보수ㆍ진보 진영 간의 이념적 대결로 성격이 바뀌면서 투표율 33.3%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시와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민주당 등 진보진영의 투표거부운동으로 정치적 성향이 노출되기를 꺼리는 부동층이 일정 부분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우려한 대목도 투표율이 33.3%를 넘지 못한 다른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오 시장이 개표요건인 투표율 33.3%(279만5천760명)를 넘기려면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에서 얻은 득표수(268만명)보다 11만표 이상을, 자신이 2010년 지방선거 때 얻은 208만여표보다는 71만표 정도를 더 얻어야 했다.
이는 민주당이 지지층을 상대로 투표불참을 독려하는 상황에서 한나라당 지지층이 모두 투표에 참여하고 상당수 중도층도 가세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이날 표심은 냉정했다. 지역별 투표율을 보면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지지기반이 강해 여당 출신 구청장을 배출한 강남 3구에 비해 야당출신 구청장이 있는 자치구의 투표율이 전반적으로 낮았다.
오 시장은 이처럼 결코 쉽지 않은 싸움을 벌이면서도 주민투표 발제와 발의, 대선 불출마와 시장직 걸기 등 일련의 무상급식 의사결정 과정에서 한나라당과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독주해 패배를 자초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주민투표 선거를 사흘 앞둔 21일 한나라당과 청와대가 투표결과와 시장직 사퇴 연계를 극구 만류했는데도 일방적으로 ‘시장 사퇴’ 카드를 던짐으로써 여당 일각에서 제명까지 거론되는 등 격앙된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오 시장은 자신의 거취 표명에 따른 막판 투표참여 분위기의 일부 상승에도 불구하고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지방선거, 대선, 총선처럼 투표가 휴일이 아니라 평일에 치러진 탓에 더 많은 부동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지 못했다는 요인도 있다.
애초부터 무상급식이라는 투표 소재와 연관된 계층이 제한적이라 많은 시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도 많았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진보적 유권자들이 애초에 투표를 거부한 상황에서 오 시장이 시장직을 건 것이 보수적인 유권자를 결집하는 데에는 일부 효과가 있었겠지만 중도 부동층에게는 그다지 호소력이 없었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국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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