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날 축제서 공연한 DLI팀
▶ `부채춤` 숨은 공신 황규희 교수
제19회 한국의 날 축제 무대 중에서 유난히 눈길을 끄는 팀이 있었다.
미 국방외국어대학(DLI)의 외국인 학생들로 구성된 한국어학교 무용단이 선보인 부채춤 공연은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이 무대의 숨은 1등 공신은 DLI의 한국어과 황규희 교수다.
“부채춤에 대한 각별한 애정 대한 얘기를 시작하자면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해요. 그날은 학교에서 ‘Young Kids Day’라고 인근 고등학생 4,000여명이 DLI로 수학여행을 올 정도로 각 나라의 음식, 문화, 언어, 전통무용 등을 소개하고 자랑하는 날이었죠”. 그는 DLI에 한국 문화를 소개하기 시작한 배경을 설명하는 내내 어린아이처럼 들떠 있었다. “장기자랑 무대에서 중국 등 타 학과생들은 화려한 전통공연을 선보이는 데 한국어과 학생들은 그저 유행가나 부르고 들어가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어요.”
황 교수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는 우수한 전통문화를 갖고 있는 한국이 행사에서 뒤처져 있다는 게 여간 서운하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래서 몇 해 뒤인 2002년, 큰 맘 먹고 부채춤이라는 아름다운 전통무용무대를 준비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막상 시작은 했지만 넘어야할 산이 한 두 개가 아니었다.
“한국무용의상을 구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어요. 처음 학교 측에 한국전통무용의상을 신청했는데 거절당했어요.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김종훈 당시 총영사님께 장문의 편지를 보냈죠. 다행히 부채춤 의상 10벌을 지원받을 수 있었고 지금까지 학생들이 그 의상을 입고 무대에 서고 있어요.”
인터뷰 하는 내내 황 교수는 부채춤에 대한 무한 사랑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DLI 한국어학교 무용단의 시작은 이렇게 미비했지만 지금은 해마다 공연을 골라서 가야 할 만큼 유명해졌다. 하지만 본 궤도에 오른 이들에게도 또 다른 고충이 있다.
“해마다 학생들이 바뀌어서 새로 시작해야해 무척 힘들지만 그만큼 한국문화를 알고 졸업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생각하면 뿌듯함은 몇 배에요. 파란 눈의 미국인이 한복을 입고 한국무용을 한다는 것만으로 엄청난 한국 홍보효과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에 앞으로도 의무감과 사명감을 갖고 한국문화 전도사로서의 역할을 계속 해나갈 겁니다.”
<신혜미 기자>hyemishin@koreatimes.com
DLI 무용단이 오클랜드 문화대축제에서 한국전통무용 ‘부채춤’을 선보이고 있다. (맨 앞줄 중간이 황규희 교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