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철(목사/수필가)
사람은 관 뚜껑을 덮고난 후에야 정확히 알게 된다는 말이 있다. 그 사람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사후에 세상 사람들이 말해 주는 것이다. 예수의 경우만 해도 그를 평하여 모세나 예레미야 같은 사람 또는 선지자 중의 한 사람이라고들 떠들어 댔지만 그가 십자가상에서 운명한 직후 그 모든 광경을 시종일관 지켜보았던 로마의 백부장은 “그는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라고 고백했던 것이다.
길건 짧건 일생을 다 살고 나면 이름 석자만 남는 것이 인생이기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다. 사람의 이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는 구태여 설명할 여지가 없다. 사람의 이름은 세상의 그 누구도 결코 대신할 수 없는 오직 나만의 인격이고 명예이고 실존임을 대표하는 대명사이다. 소중한 나의 이름이 아름다운 이름으로 세상에 남겨지기를 다들 원하지만 그것은 저절로 되어지는 일이 아니다. 거기에는 부단한 노력
이 뒤따라야 함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나는 지난 5일 모든 사람들이 편안히 쉬는 노동절에 참으로 감격적인 기념예배(추모예배)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윤기화 장로 3.1 운동 유공자 대통령상 수상 감사예배’라는 제하의 모임이었다. 윤기화 장로는 나와는 60년 가까이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지내온 친구의 선친이신데 그 존함을 이때 처음 듣고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분은 일찍이 민족의 선각자로서 나라 사랑의 정열이 뜨거웠던 분으로서 항일투쟁의 선봉에 서서 신사참배와 일장기 배례를 배격하다가 투옥되기도 하였고 출옥 후에는 장차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후진들을 양성하는 일에 진력하신 분이다.
당시 평양에서 가장 큰 교회의 장로로서 민족과 교회 앞에 자랑할 만한 분이었음이 뒤늦게 언론기관을 통해 정부 보훈처에 알려지게 되어 금번에 뉴욕 총영사를 통해 대통령의 상장과 상패가 전수되었던 것이다. 고인은 이미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나고 안계시지만 그분이 생전에 뿌리고 간 나라와 민족을 사랑했던 씨앗은 급기야 아름다운 꽃을 피워 그의 후손과 우리나라에 자랑스럽고 영광스러운 이름을 남겨 주었다.우리는 어떠한 삶을 살아서 어떤 이름을 남겨야 할 것인가? 저마다 ‘저 잘난 멋에 산다’고 하는데 별치 않은 인생을 살고도 허세를 부리는가 하면, 부끄러운 인생을 살고도 후안무치한 인생도 적지 않다. 빈손으로 왔다가 때가 되면 빈손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 인생인데 허황된 꿈을 꾸면서 나라와 민족을 욕되게 하고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막대한 폐를 끼치다가 비참한 인생의 막을 내리는 일들을 우리는 적잖게 보아 왔다.
우리가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는 내가 선택해야 하는 몫이다. 하지만 인생을 다 살고난 후에 주어지는 대가를 선택할 자유나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는 사실 앞에 엄숙히 머리를 숙여 겸허한 자세로 살아가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비록 고국을 떠나 이민자로 고생하며 살고 있지만 어떤 삶을 사느냐에 따라 우리는 우리 조국을 자랑스럽게 선양할 수도 있고 아니면 욕되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앞서간 조상들과 선각자들의 발자취를 본받아 살아감이 우리 후손들에게 남겨줄 아름다운 유산이라 생각한다. 나는 과연 죽어서 어떤 이름을 남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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