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샌프란시스코아시안미술관에 다녀왔다. 큰 아이가 다음 주, 학교에서 한국에 대해 발표해야 할 일이 있어 자료 준비를 위해 동네 친구들과 함께 갔다. 가던 날이 마침, 미술관에서 특별 행사로 ‘한국문화 축제’가 열리고 있는 날이었다. 한국국제교류재단과 공동으로 주최하는 행사라고 한다.
삼성홀에서 해금을 비롯한 전통악기 공연도 관람하고, 한국에서 오신 공예가의 도자기 제작 과정 시연도 볼 수 있었다. 맛있는 약식도 시식하고, 먹음직스러운 김치에 대한 홍보 동영상을 보면서 입안에 침이 고이기도 했다. 홀 한쪽에서는 조각천을 이어 컵받침을 만드는 할머니의 바느질 하시는 모습도 아이들에게는 좋은 문화 체험의 시간이 되었다.
2, 3 층에 있는 상설 전시장을 돌아보며, 특별히 한국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조선시대 분청사기 특별전을 볼 수 있어 참 좋았다. 미술관 직원의 안내를 경청하며 ‘달항아리’를 찬찬히 살펴보는 노부부의 모습도 있고, 전시실 한쪽에서는 도자기에 무늬를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동영상을 유심히 보고 있는 청년도 있었다. ‘이번 한국문화 축제를 위해 여러 기관에서 많은 분들이 애쓰고 수고하셨구나’ 하는 것을 미술관 여기저기에서 느낄 수 있었다.
지난번 미술관을 찾았을 때, 여러 방에 걸쳐 조각, 공예품, 전통 복식, 그리고 그림들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중국, 일본관과 비교하여 한국관은 넓지 않은 공간에 전시물마저 많지 않아 아쉬움을 많이 갖고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
작은 아이가 일본관에 전시된 일본 전통 의복을 보며, 이 미술관에 한복은 왜 없냐고 물어왔다. 뭐라 딱히 할 말이 없어, “글쎄다. 전시할 한복을 못 구하셨을까?” 하며 슬쩍 넘어가려는 나에게 “우리 집에도 한복 있잖아요. 우리가 기부할까요?”라고 했다. 어린 아이가 무엇을 안타까워하는지 그 마음이 느껴져서 가만히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이들은 자기의 조국인 대한민국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미술관에서도 느껴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IIC 한국어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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