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2년 영국이 ‘아편 전쟁’의 결과 홍콩을 차지했을 때 이곳은 버려진 땅이나 다름없었다. 아무런 천연 자원도 농토도 없이 시골 마을 몇 개가 고작이었다. 주변에는 해적이 날뛰고 때만 되면 어김없이 태풍이 몰아닥쳐 쑥대밭을 만들어놓고 갔다. 거기다 주기적으로 전염병이 돌아 주민들은 떼죽음을 당했다.
이런 불리한 조건에서 아시아 ‘네 마리 호랑이’ 중의 하나인 홍콩은 태어났다. 1960년대에서 90년대 사이 홍콩의 GDP는 180배, 1인당 GDP는 87배가 늘어났다. 총 시장 가치 2조3,000억 달러의 홍콩 증시는 세계에서 7번째로 크며 2009년 신주 공모 규모는 세계 전체의 22%로 세계 1위고 실업률은 4.1%로 최저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그 첫째 이유는 항구로서의 뛰어난 입지 조건이다. 주위의 깊은 바다는 대규모 무역선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것을 가능케 했다. 그러나 이 조건은 태고 쩍부터 존재했다. 거기에다 두 번째 조건이 더해지면서 이것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바로 재산권 보장과 경제적 자유다.
홍콩은 15년째 해마다 경제 자유도 1위를 랭크하고 있다. 비즈니스를 차리기도, 닫기도, 거기서 남은 이익을 가져가기도 전 세계에서 가장 쉬운 곳이다. 자본 소득세도, 배당금에 대한 세금도, 판매세도, 증여세도, 상속세도 없다. 개인과 법인세는 최고 세율이 17%다. 세금이 낮고 비즈니스에 대한 규제도 최소한이다.
이런 곳으로 비즈니스가 오지 않을 수 없고 비즈니스가 오는 곳에 일자리가 생긴다. 밀튼 프리드먼이 “자유방임주의 경제에 관한 세계 최대 실험장”이라고 부른 홍콩은 황무지에서 경제적 번영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가장 성공적인 모델이다.
돈을 많이 벌어 잘 살고 싶은 것은 대다수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다. 그러나 아무리 돈을 벌어도 정부나 이웃이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런 사회에서는 아무도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 창의적인 기업가도 나올 수 없다. 역사상 등장한 모든 공산주의 사회가 망한 것은 그 때문이다.
번 돈을 지킬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번영의 유일한 버팀목이다. 그러나 민주주의 정치 체제 하에서는 ‘복지’를 걸고 표를 사려는 정치인과 이들에게 표를 주고 돈을 받으려는 유권자가 늘 있게 마련이다. 표를 얻으려는 정치인은 경쟁적으로 복지 프로그램을 늘리겠다고 나오고 이를 위한 재원은 점점 더 필요하게 된다. 이를 마련하기 위한 증세와 재정 적자가 불가피하고 빚은 점점 더 늘어난다.
세금이 늘어나면 날수록 경제 활동은 위축되고 경제 성장은 둔화되면서 실업자는 늘어난다. 이들을 위한 실업수당은 더 들어가고 세수는 준다. 그 결과가 그리스를 비롯한 남부 유럽 여러 나라가 지금 겪고 있는 재정 위기다. 서유럽 나머지 국가와 미국도 장기적으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최근 실시된 플로리다 공화당 스트로 폴에서 전직 피자 체인 총수 허만 케인이 대선 후보 가운데 1위를 했다 한다. 그는 현재 최고 35%로 돼 있는 개인 소득세와 법인세를 모두 9%로 낮추고 9%의 연방 판매세를 신설하는 대신 각종 세금 감면 규정을 철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세제 개혁안을 내놔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안에는 홍콩처럼 자본 소득세와 상속세, 페이롤 택스를 폐지하고 소셜 시큐리티 재원을 다른 방식으로 마련하는 안 등이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은 그의 승리가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수만 페이지에 달하고 로비스트와 이권 단체, 기업, 정치인들의 합작품인 온갖 특혜 규정으로 얼룩진 현 세법은 전면 개정을 할 때가 지나도 한참 지났다. 공화 민주 양당 지도부는 세율을 낮추는 대신 특혜 규정을 없앤다는 대원칙에는 일단 합의해 놓은 상태다. 미국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세제의 단순화와 특혜 폐지, 세 부담 축소는 반드시 이룩해야 할 과제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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