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린다 레스닉 등 유명 컬렉터가 조각품 소장
▶ 고립된 내면세계 동화적 표현… 내달 초대전
린다 레스닉이 자신의 오피스에 소장하고 있는 이정화의 작품(‘Standing on the dream…’. 2009) / 브라이언 쿡이 구입한 작품(‘A.S.S.H.O.Le’, 2010). 알파벳이 쓰여진 눈알이 돌아가면서 욕설을 보여준다.
“우리 모두는 타인으로부터 조금씩 천천히 벽을 쌓아서 자신만의 안전한 집을 짓고 있다. 고립된 채 만들어낸 그들만의 세상은 그들이 창조해내는 상상의 세계와 현실, 의식과 무의식, 타자와 자아가 뒤죽박죽 혼돈되어 있는 공간이다. 자신이 설정한 낯선 상황에서 우리는 상반된 두 공간을 오가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11월5일부터 12월10일까지 사비나 리 갤러리에서 초대전을 갖는 이정화는 반짝반짝 눈길을 끄는 작가다. 홍익 미대와 대학원에서 세라믹을 전공했지만 도예작가라기보다 도예를 도구로 하는 개념미술적 조각가인 그는 세라믹, 천, 머리카락, 풍선, 모니터 같은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독특한 조각 및 설치작업을 하고 있다.
올해 UCLA 대학원을 졸업한 그의 싱싱하고 재미있는 작품들은 벌써 LA화단의 눈길을 끌어 졸업도 하기 전에 유명 컬렉터인 린다 레스닉(Linda Resnick)과 브라이언 쿡(Brian Cooke)이 작품을 소장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린다 레스닉은 1년전 LA카운티 뮤지엄에 자신의 이름을 단 초대형 전시장 ‘레스닉 파빌리온’을 건축한 어마어마한 미술후원자로, 현대미술품은 거의 수집하지 않는 컬렉터임에도 불구하고 이정화의 작품을 구입, 자신의 오피스 리셉션 룸을 장식해 사람들을 놀래켰다.
“작년 초 UCLA가 기금유치를 위해 레스닉 부인을 초청해 대학원생들의 작업실을 돌아보게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제 스튜디오에서 방금 완성한 조각품을 보고 사겠다고 했어요. 작품을 파는 일이 처음이고, 다른 갤러리에서 오퍼 받은 것도 있어서 몇 번 거절했는데 세 번이나 구입의사를 전하더라구요. 그리고 결국은 등록금으로 쓰라며 제가 제시한 가격보다 훨씬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작품을 가져갔답니다”
그 행사에서 레스닉이 구입한 유일한 작품이어서 학교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는 이정화는 후에 레스닉의 큐레이터가 찾아와서 소품을 하나 더 사갔다고 전했다. 또 다른 콜렉터인 브라이언 쿡은 미국 최대의 미술품 운송회사 ‘쿡스 크레이팅’의 대표로, 지난 5월 대학원 논문심사전시회에서 그의 작품을 보고 구입했다고 한다.
이정화의 작품들은 스스로를 고립시킨 인간 내면의 세상을 만화적 이미지와 동화적 이야기를 가진 조각품을 통해 보여준다. 약간 기괴하기도 하고 스푸키 한 느낌을 주는데 그건 아마도 그가 입은 내적 상처가 그토록 까칠하고 거칠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수줍고 숱기 없는 그는 미국 유학생활에서 언어 문화 등의 문제로 타인과의 소통과 관계를 포기한 채 한동안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히키 코모리’(은둔형 외톨이)의 의미를 탐구했다고 한다.(실제 작가의 모습은 너무나 귀엽고 천진하며 사랑스럽다) 그의 작품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이유는 현대인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고독과 불안, 좌절과 상처, 그리고 그로 인한 고립의 아픔이 스멀스멀 찌르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첫 개인전에서 이정화는 전시장 전체를 하나의 컨셉으로 인스톨레이션 한다. 집을 짓고 기찻길을 만들어 고립자의 상상과 현실, 의식과 무의식, 다양한 감정을 넘나드는 공간을 창조한다. 들어갈 수 없는 집과 나갈 수 없는 집, 풍선 얼굴, 마스크, 올빼미가 있고, 기차와 연결된 빨간 신발이 철로를 달리며 상반된 두 공간들을 연결하는 기발한 작업이다.
오프닝 리셉션 11월5일 오후 6~9시.
971 Chung King Road Los Angeles, CA 90012 (213) 620-9404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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