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불화가 또 죽음을 몰고 왔다. 한해의 삶을 감사하는 추수감사절 전후 미주 한인사회에서는 두 쌍의 중년 커플이 죽이고 죽는 참극으로 생을 마감했다. 남가주에서는 50대 남편이 재혼 아내를 총격살해한 후 자살했고, 알래스카에서는 40대 남성이 동거녀를 칼로 찔러 살해한 후 자살했다. 가장 가까운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이 끔찍한 악연으로 끝을 맺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정에 불화가 없을 수는 없다. 어느 부부나 갈등이 있기 마련이고, 갈등이 깊어지면 불화가 된다. 갈등·불화가 심화하기 전에 풀어내는 것이 지혜인데 한인가정의 경우 외적 내적 요인들이 종종 이를 막는다. 한인사회에 가정폭력이 유난히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LA 카운티의 경우, 접수된 아시아계 가정폭력 케이스 중 절반 이상은 한인 케이스이다. 갈등을 ‘대화’ 보다는 ‘주먹’으로 푸는 한인들이 많다는 말이다. 여성에 의한 배우자 폭행이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 폭력 가해자는 남성이고, 연령별로 중년층이 많다. 중년의 한인1세 남성들에게 보편적인 내적 요인이 있다.
우선 가정에 문제가 있을 때 누군가와 의논하기 보다는 속으로 눌러두는 성향이다. 아울러 문제를 대화로 풀어내는 의사소통 기술이 부족하고, 분노조절 능력이 부족해서 화가 나면 참지를 못한다. 평범한 불화가 어처구니없는 참극으로 이어지는 이면에는 한인남성들의 불같은 기질이 큰 몫을 한다.
가정폭력을 부르는 외적 요인으로는 이민 1세로서의 삶의 조건을 꼽을 수 있다. 좌절은 깊고 스트레스는 많은 반면 서로 위로하고 의지할 친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 이민생활의 어려움이다. 충격흡수 장치가 없는 자동차 같아서 작은 충격이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여기에 재정적 어려움, 지병, 배우자의 배신 등 악조건이 더해지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병에 걸리면 치료가 필요하듯 가정에 문제가 있을 때도 치료가 필요하다. 배우자에 대한 분노나 배신감, 절망감 등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할 경우 이를 속으로 누르지 말고 전문가와 상담하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하겠다. 가정 문제를 문제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자세가 비극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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