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 아이디어로 무장...한류 중심에 우뚝
8월 센트럴팍에서 열린 제2회 코리아데이 행사에서 자원봉사자들이 각종 한식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했던 한식 열풍은 올해도 더욱 거세게 뉴욕을 휩쓸었다. 한국 정부와 현지 식당 관계자들이 힘을 모은 한식세계화 활동이 다양하게 벌어졌고 TV와 신문, 잡지 등 주요 매체에서 한식에 관한 뉴스를 접하는 것은 일상화됐다. 또 주류 스타 세프들이 한식 전도사로 나서 한식 열풍에 힘을 실어줬으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마인드로 무장한 젊은 한인 세프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 한식세계화추진위원회 활동
지난해 창립된 미동부한식세계화추진위원회는 올해 더욱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했다. 추진위는 2월 공식 웹사이트(hansikus.com)를 개설해 구체적인 한식당 정보들을 개제하기 시작했고 문화원도 ‘한식 가이드북’을 발간해 포괄적인 한식당 정보를 제공했다. 8월에는 센트럴팍에서 뉴욕의 대표적인 한식당이 대거 참여한 ‘제2회 코리아데이’를 주최해 5만여명에게 한식을 제공했다. 올해는 건강을 테마로 불고기쌈과 제육구이쌈, 김치타코 등을 제공했고 이 행사와 함께 열린 제1회 K팝 경연대회는 한류 열기를 더욱 뜨겁게 달구었다.
곽자분 한식추진위 회장은 “1회 행사에 그치지 않겠다고 했던 지난해 약속이 지켜져 기쁘고 연례행사로 유지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10월에 열린 ‘제2회 한식종사자세미나’는 조리사와 서비스 직원, 경영주 등 요식업 종사자에게 실무적인 교육의 장이 되었다. 전통음식 전문가 윤숙자 교수가 특별 초빙되었고 FIT 박진배 교수, 이영선 세프, 만다린 호텔 VIP 담당 메니저 박보라씨등이 강사로 나섰다.
■ 명사들을 내세운 한식 홍보 행사
3월 세계적인 요리사 토드 잉글리시의 시연이 펼쳐진 한국산 수산물 홍보행사가 현지 레스토랑 관계자와 요리 전문가, 언론인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플라자 호텔에서 열렸다. 뉴욕 aT센터 주최로 뉴욕에서 열린 최초의 수산물 홍보 행사를 통해 토드 잉글리시는 고추장 광어 구이, 바지락 조개국, 전복 샐러드 등의 맛깔스런 퓨전 해산물 요리를 만들어냈다.
7월에는 한국의 맛 푸드트럭 행사가 뉴욕시 전역에서 대대적으로 펼쳐졌다. 2주간의 행사 기간 동안 코릴라 바비큐, 단지 레스토랑의 김 훈 세프 등이 뉴요커들에게 무료로 불고기 타코 등 퓨전 한식을 제공했다. 8월에는 한식 애호가들을 위해 ‘한국의 맛’ 행사가 브라보 채널의 아이언 세프 출신인 엔젤
로 소사의 소셜 이츠 레스토랑에서 열렸다. 10월 이명박 대통령 내외 방문시에는 영부인 김윤옥 여사가 뉴욕시 곳곳의 한식 레스토랑에서 현지 서포터스들을 위한 행사를 개최하고 이들을 격려했다.
■ 주류 언론들의 조명
2월초 설을 맞아 한국 전통 명절 음식이 폭스 TV를 통해 소개되어 시청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에미상 뉴욕 사회자 부문 수상자인 한인 푸드저널리스트 켈리 최의 진행으로 ‘굿데이 뉴욕’에서 각종 한국의 설음식이 생방송으로 소개됐다. 지난해 런칭한 불고기 타코 전문 푸드 트럭 ‘코릴라(Korilla BBQ)’는 푸드 네트워크의 인기리얼리티 프로그램인 ‘The Great Food Truck Race’ 시즌 2에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비록 중도에 탈락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수백만이 넘는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백미는 6월부터 13회에 걸쳐 PBS를 통해 방영된 ‘김치 크로니클’이었다. 세계적 요리사 장 조지와 한국계 부인 마르자가 출연해 한국 각 지방의 유명 음식과 관광 상품을 소개했다. 헐리우드 스타 휴 잭맨과 헤더 그레이엄도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이들이 참석한 기념 파티는 800여명이 참석하는 성황을 이루었다.
■ 떠오르는 한인 세프와 한식당
올해 최고 화제의 한식당은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최초의 별점을 받은 미드타운의 ‘단지’였다. 명문 의대생에서 요리사로 진로를 바꾼 한인 1.5세 김 훈씨가 주방장인 단지는 보쌈과 은대구 조림, 김치볶음밥 등 한식뿐 아니라 오이김치를 곁들인 불고기버거 등의 퓨전 메뉴로 뉴요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임정식 주방장이 10월 트라이베카에 문을 연 ‘정식’도 개업과 함께 뉴욕타임스를 통해 크게 보도되었다. 정식은 2009년 서울에서 먼저 개업해 큰 인기를 모았고 뉴욕에 동일한 컨셉으로 지점을 여는 최초의 한식당으로 준비 단계부터 기대를 모아왔다.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를 졸업한 신승철씨는 30세의 나이에 뉴욕의 최고급 프렌치 레스토랑 ‘퍼 세(per se)’에 한인 최초 주방장으로 활동을 시작해 역시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원더걸스를 뉴욕에 소개해 한류 열풍을 이끌었던 JYP 엔터테인먼트가 36가 옛 우촌자리에 고급한식당 ‘크리스탈벨리(Kristalbelli)’여는 것도 한식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 아직 섣부른 장밋빛 전망
한식세계화 사업 그리고 현지 한식당 운영이 여전히 쉽지만은 않은 것임을 보여주는 사례들도 있다. 한국 정부가 1년 가까이 추진했던 ‘뉴욕 플래그십 한식당’ 프로젝트가 결국 잡음만을 남긴 채 백지화됐다. 세계 주요 거점 도시에 고급 한식당을 세워 한식세계화를 선도한다는 취지였지만 정부의 주도로 비즈니스를 이끈다는 계획의 실효성과 대규모 투자를 꺼렸던 민간 업체들의 비협조로 무산된 것이다.
한식세계화추진위의 활동과 코리아데이 등 대형 행사들의 운명은 여전히 한국 정부의 지원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에서 불안감을 남겼다. 뉴욕의 대표적인 고급 한식당으로 상징적인 의미를 갖던 소호의 우래옥이 경영난을 이유로 6월에 문을 닫았다. 1998년 오픈한 우래옥은 소호에 처음 문을 연 한식당으로 주류 사회 한식전파의 첨병 역할을 했고 명사들의 단골집으로 이름을 얻었다. ‘자갓 서베이’, ‘미슐렝 가이드’, ‘뉴욕타임스’의 호평을 받았지만 매출 감소와 렌트비 인상을 감당하지 못했다. 우래옥 외에도 장수업체인 우촌이 문을 닫았고 일부 대형 식당들도 심각한 경영난 소식이 들리는 등 32가 한인타운 외 지역의 한식당들이 여전히 확고한 뿌리를 내리기에는 어려운 현실임을 보여
주고 있다. <박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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