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자의 교육수준에 따라 달라진 감자칩 광고, 4일 스탠포드대 연구팀 발표
▶ 음식∙ 음악∙ 미술 등 문화적 취향이 계층 대변/ 비싼 감자칩, 고학력 수준에 걸맞은 단어 사용/ 싼 감자칩, 전통 중시하며 짧고 단순한 문구 내세워
바싹거린다고 다같은 감자칩이 아니다. 감자칩 안에 비밀이 숨어 있다. 언어학자인 조슈아 프리드먼과 댄 주라프스키 스탠포드대 교수가 지난4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감자칩에 따라 사회계층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고 밝혔다.
◆싼 감자칩과 비싼 감자칩의 차이
12개 감자칩 브랜드를 분석한 연구팀은 비싼 감자칩은 재료의 색다름과 자연산을 강조하는 반면 싼 감자칩은 경제가치와 전통, 편안함을 내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주라프스키 교수는 “마치 감자칩 뒷면으로 공화당 우세 지역인 레드 스테이트(red state)와 민주당 지지성향이 강한 블루 스테이트(blue state) 모델이 나뉘는 것 같다”고 결론지었다.
싼 감자칩 브랜드(Hawaiian, Herr’s, Lays, Tim’s Utz, Wise)는 전통가족 레시피 또는 전통중시 등의 문구를 선호하며 짧고 단순한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레이스(Lay’s) 감자칩이 최근 밀고 있는 캠페인 카피는 “하나 먹으면 참을 수 없다”로 감자를 키우는 농부의 모습을 광고로 내보내고 있다. 그들은 이 캠페인을 통해 “행복은 간단한 것(감자칩 하나로 행복을 얻을 수 있다)”이라고 전파하고 있다.
반면 비싼 감자칩 브랜드(Boulder, Dirty, Kettle, Popchips, Terra, Season’s)는 바다소금 사용과 핸드메이드 과정을 거친다는 문구로 시선을 잡으려 한다. 캐틀(Kettle) 감자칩 광고는 “완벽한 감자칩을 잡아라, 독특하고 섬세한 모양과 특성, 고운 노란 감자 색깔 에 감탄한다”는 카피를 내보내고 있다.
◆문화적 취향이 계층을 대변한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자신의 책 <구별짓기Distinction>을 통해 음악, 영화, 미술, 음식에 대한 취향이 사회계층을 대변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소비생활에서 구현되는 취향의 체계(systems of taste)가 어떤 식으로든 사회적 경계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부르디외는 1960대 프랑스 문화적 배경을 연구하면서 노동계층은 요한 스트라우스의 ‘푸른 다뉴브강 왈츠 Blue Danube Waltz’곡을 선호한 반면 상위계층들은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Well-Tempered Clavier’을 더 즐겨듣는다는 것을 발견해냈다.
음식도 계층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강한 형태소다. 이전 연구에서도 하위계층 소비자들은 지방과 탄수화물 위주의 전통식을 선호한 반면 상위계층은 현미 같은 건강식품이나 커리 같은 타국 요리를 즐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비싼 감자칩, 건강 관련 문구 6배나 더 사용
스탠포드대 연구팀은 음식에 등장하는 언어 또한 계층의 취향을 반영할 것이라 믿고 수입산 캐비어나 샴페인보다는 어떤 계층이든 즐겨먹는 감자칩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하게 되었다. 그 결과 포장된 감자칩에는 문화적 성향을 판단할 단서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가격이 싸든, 비싸든 거의 모든 감자칩은 저지방, No콜레스테롤, 최소량 소디엄 사용 등 건강을 중시하는 문구를 강조하고 있는 점은 비슷했다. 비록 실제 차이는 없더라도 비싼 감자칩은 싼 제품에 비해 건강과 관련된 문구를 6배나 더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비싼 감자칩은 생감자, No인공색소첨가, 천연이란 문구를 싼 제품보다 2배나 더 쓰고 ‘미국에서 최고’라는 문구로 타사 제품과 구별지으며 강조한 것이 5배나 더 많았다. 반면 싼 감자칩은 가족과 설립자 등을 내세우며 전통에 기반을 둔 진정성에 호소했다.
비싼 감자칩 봉지에는 ‘요리의(culinary)’ ‘맛이 좋은(savory)’ ‘취향에 맞는(flair)’처럼 고학력 수준에 걸맞은 단어가 사용되고 대체로 문장도 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싼 감자칩 봉지에는 신선한(fresh), 가벼운(light)등의 기초적인 단어가 쓰였다.
스탠포드대 연구팀은 “언어는 소비자의 취향을 담는 도구로 사용된다”며 “감자칩에는 소비자의 교육수준, 추구가치 등이 담겨있다”고 결론지었다.
<신영주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