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사관에 들어가니 직원분이 두말없이 바로 비자 창구로 안내해주시데요. 재외국민 등록하러 왔는데 말이죠.”
24일 낮, DC 총영사관 내에 설치된 워싱턴 재외선거관리위원회. 채리아 씨(35, 사진)가 유권자 등록서류를 불쑥 내밀자 접수 직원들은 처음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전혀 한국인 같지 않은 외모의 이색적인 유권자였기 때문이다.
“다른 유권자가 없어 빨리 국외부재자 신고를 할 수 있었어요. 등록 후 30분 만에 이메일이 왔어요. 국외부재자 접수증과 함께 선거 일정, 투표 장소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었습니다.”
워싱턴 선관위의 화제가 된 채리아 씨의 ‘원적’은 폴란드계의 영국인. 하지만 2003년 한국으로 귀화하면서 엄연히 대한민국 국민이 됐다.
채 씨가 한국으로 귀화하게 된 사연은 좀 복잡하다. 폴란드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러시아, 영국 등에서 보낸 채 씨는 고교생이던 15여 년 전, 학생 부부였던 부모를 따라 처음 한국에 왔다가 한국을 좋아하게 되면서 아예 국적을 바꿨다.
서울대와 런던대, 피츠버그 대에서 학부시절을 보낸 채씨는 대학원부터는 한국에 눌러 앉았다. 서울대에서 인류학 석사를 마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 박사과정도 수료했다. 전공은 한국 현대사다. 2010년에는 서울대 대학원 동창인 한국 남성과 결혼도 했다.
서울대와 단국대 등에서 강의하며 논문을 쓰고 있던 채 씨가 미국행을 한 건 지난해 8월.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 해외에 파견하는 글로벌 인턴에 선발돼 워싱턴의 저명 싱크탱크인 우드로윌슨센터에서 6개월간 연구원으로 있게 된 것이다.
현재 볼티모어 인근에 사는 채 씨는 한국 국적을 취득한 후 선거 때마다 빠짐없이 투표에 참가해왔다 한다. 그리고 아무리 학업이 바빠도 올 4월 총선과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반드시 투표에 참여하겠다고 한다.
채리아 씨는 “선거에 참여하는 것은 국민의 당연한 의무”라며 “제가 한국 시민으로 국가로부터 많은 걸 받은 만큼 투표하는 것은 국가에 대한 작은 기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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