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엘리자벳’서 토드 역
실존 인물인 오스트리아 엘리자베스 황후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 ‘엘리자벳’의 또 다른 주인공은 의인화된 죽음 ‘토드’다.
’토드’는 어린 엘리자베스를 만나 사랑에 빠져 평생 그의 곁에 머물며 유혹하고, 자유로운 삶과 사랑을 꿈꿨지만 황실에 갇혀 살게 된 엘리자베스는 그런 죽음의 유혹에 흔들린다.
뮤지컬 배우로서는 여전히 신인인 한류스타그룹 JYJ의 김준수가 이 쉽지 않은 역에 도전한다.
김준수는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땐 ‘잘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부터 앞섰다고 했다.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건 별개잖아요. ‘죽음’은 무게감 있고 중후한 맛이 나야 하는 것 아닌가, 나이나 경력을 무시할 수 없는 역할이 아닐까 했고요. 해야 하나, 잘할 수 있나 고민을 많이 했죠."
고민에 대한 답은 ‘어차피 실재하지 않는 존재인데 정답이 어디 있나’였고, 정답이 없는 존재를 연기한다는 점 때문에 선택했다고 했다.
"제작사 대표님께서 ‘초월적인 존재를 그 누가 중후하다고 단정하느냐’고 되물으시더라고요. 젊을 수도 있고 천진난만할 수도 있고, 그냥 제가 생각하는 죽음을 저답게 하는 게 답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가 생각하는 죽음도 어렸을 적 ‘죽으면 어디로 갈까’, ‘나도 정말 죽을까’ 하던 막연한 생각에서 "인간을 한없이 초라하게 만드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결국 인간일 뿐이라고 느껴지게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막연했던 ‘죽음’의 이미지는 만드는 입장을 바꿔 ‘엘리자베스가 느끼는 죽음’을 고민하는 데서 시작했다. 죽음 역과 엘리자베스 역을 맡은 다섯 배우와 연출이 머리를 맞댔다.
"죽음이 엘리자베스한테 먼저 물었어요. 엘리자베스에게 죽음은 어떤 존재냐고. 자유를 꿈꾼 엘리자베스가 황후가 됐을 때 자신의 삶을 비관하고 힘들어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럴 때 죽음이 오히려 자유와 안식, 평온을 가져다주는 존재이지 않았을까 했고요."
’죽음’은 20대인 김준수와 30대인 송창의, 40대인 류정한이 나눠 맡았다. 각자의 개성은 물론 나이와 연륜의 차이도 분명할 터.
김준수는 보통 한 배역의 의상은 똑같지만 죽음만은 의상이나 헤어스타일부터 조금씩 다르고, 춤도 자신이 가장 많이 출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리고 ‘백전노장’인 선배들과 함께하면서 기죽는 대신 "같은 역할을 다양한 사람이 연기하는 것을 보는 게 뮤지컬의 재미고 힘"이라고 당차게 말할 줄도 알았다. 가늘고 허스키한 목소리도 ‘개성으로 살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굴레에서도 이제 조금은 자유로워진 것 같았다.
"아이돌의 스타성을 업고 처음 뮤지컬로 와서 주연을 맡았다는 주위의 좋지 않은 시선이나 비판을 잘 알고 있었고 많이 조심스러웠죠. 사실 ‘모차르트’ 하기 전까지 뮤지컬을 접해본 적도 없었어요. 하지만 뮤지컬은 기피증을 겪을 정도로 힘든 시기를 겪은 저에게 한 줄기 빛이었고 다시 놓고 싶지 않아요."
"이제는 믿어주고 호응해주는 제작자나 관객분들께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커요. ‘아이돌 출신’이라는 건 아직 남아있는 숙제고 그 선입견을 바꾸려고 계속 노력하는 거고요. ‘진정성을 가지고 뮤지컬을 사랑하는 배우’로 비치고 싶어요."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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