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포 사회와 상생하는 한인은행이 되겠습니다”
김승유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지난달 10일 새한은행 신주인수 합의체결식(MOU)에서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한인사회의 시선을 잔뜩 의식한 김 회장의 발언은 그러나 한 달이 지난 지금 공허한 메아리처럼 느껴진다. 양자 간 파트너십에 균열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최근 김 회장을 포함한 지도부가 대폭 물갈이되면서 은행 내부가 매우 어수선한 분위기다. 이를 반영하듯, 하나금융은 지난달 중순 대주주인 국민연금에 사외이사 파견을 요청했다가 1주일 만에 철회하는 촌극을 빚었다. 향후 새한은행 인수 과정에서 미 감독당국의 강도 높은 조사가 우려된 때문으로 보인다고 한국 언론은 전했다.
이를 두고 한인은행권 인사들은 ‘하나 측이 미국 금융당국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게 아니냐’며 준비부족을 꼬집었다. 하나금융 측은 그동안 미국 현지 대형 로펌을 통해 감독국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의중’을 유심히 살펴왔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 순서 상 새한 인수를 발효한 후, 사외이사 파견을 요청했다는 점에서 결국 미국의 관련 법률과 규정 분석에 허점을 보인 셈이다.
이번 해프닝과 관련해 새한은행은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였다. 새한의 미래 경영주체에 대해서도 하나금융은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지난달 18일 한국 언론에 직접 “외환은행”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새한은행 고위 관계자는 자신들에게 어떠한 언질도 없이, 하나 측에서 독단적으로 관련 발언을 한 것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시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외환은행 노조위원장과 윤용로 외환은행장도 한 목소리로 ‘외환의 경영권 확보’를 언급·암시했다. 다음날 하나 측은 새한에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며 어설픈 진화에 나섰다.
새한은행 내부에서도 이번 인수 협상에 대해 대주주들을 중심으로 예상 신주 인수가에 불만을 갖고 있다. 직원들은 고용승계 여부에 불안해하고 있다.
이 같은 각종 악재와 우려를 씻어낼 수 있는 쪽은 새한은행이다. 하나금융은 자신의 600분의 1 규모인 ‘교포 은행’을 인수한다고 한껏 목에 힘을 주고 있다. 새한이 비굴하게 이것저것 양보만 하고 하나금융의 언론 플레이에 끌려 다니기만 한다면 새한주주들의 이익은 물론이고, 한인사회의 자존심마저 무너질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앞서 벌어진 ‘해프닝’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과 함께, 신주 인수가는 물론이고, 고용승계, 경영전략 등에 대해 주주와 한인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딜을 하나 측에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거인 알퀴오네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헤라클레스처럼 600배나 더 큰 ‘거인’과의 싸움에서 한인사회의 자존심을 세워주길 새한은행에게 바래본다.
<이일표 경제부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