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미국내 한인사회에서 한 달에 한 번 꼴로 강력 사건들이 터져 나와 한인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지난 2월 애틀랜타의 한 사우나에서 누나와 매형, 여동생 등 일가족 4명을 총격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이 일어나 한인들을 놀라게 하더니 2월말에는 남가주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골프채로 마구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3월 들어서는 오렌지카운티 한인 은행에서 지점장을 인질로 잡고 대치극을 벌이다 경찰과 총격전 끝에 체포된 한인이 있었는가 하면, 밸리 지역에서는 자신의 아버지를 망치로 때려 살해하는 사건도 있었다. 그러더니 지난 주 북가주에서 한인 고수남씨의 학교내 총기 난사로 무려 7명이 한꺼번에 숨지는 참극까지 이어졌다.
이들 사건의 공통점은 용의자들이 가족이나 존속을 살해하거나 무차별적 살상을 서슴지 않는 등 일반인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잔인함과 충격적인 모습을 보였다는데 있다. 한인들이 자신의 부모를 살해하거나 공공장소에서 여러 사람에게 무차별적으로 총을 갈겨대는 사건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생각할수록 오싹하게 만들 정도다.
도대체 무엇이 이들 가해자들로 하여금 그토록 잔혹한 선택을 하도록 만드는 것일까. 애틀랜타 사건은 사우나 운영을 둘러싼 가족간 금전적 갈등과 불화가 원인이었다고 하고, 아버지나 어머니를 살해한 용의자들은 평소 폭력적 성향이나 정신질환 등으로 가족과 갈등을 겪었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고수남씨의 경우 이민자로서 미국 사회 적응에 실패하고 개인적으로 불행한 일들이 겹치면서 삶의 희망이 사라진 상태에서 분노 조절에 실패했던 것이 끔찍한 범행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그동안 억눌려 왔던 한인 이민사회의 문제들이 한꺼번에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운 환경이야 고국이든 타국이든 어디에나 존재하겠지만 특히 이민자로서 사는 한인들의 경우 또 하나의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버티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거기에서 상처받고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개인적인 ‘낙오자’로만 취급해버리고 아무도 끌어안지 않을 경우 유사한 비극이 계속될 수도 있다.
범죄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삶을 원만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분노를 억누르지만 말고 다스리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고 한다. 아메리칸 드림과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참고 누르며 살아가던 한인들이 더 이상 막다른 벽에 부딪힌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고 연착륙을 할 수 있도록 한인사회가 나서서 도울 수 있는 지혜를 모으는 게 필요하다.
<허준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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