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늦은 감이 있지만 하나금융의 새한은행 인수가 물거품 됐다.
지난 2월 10일 업무협약(MOU) 체결 후 최종 협상종결 발표일인 4월 9일까지 정확히 두 달 동안 양측의 줄다리기는 양 측이 결국 신주 인수가에 합의를 하지 못하면서 일단락 됐다.
2008년 커먼웰스 비즈니스 은행 인수 시도 시 감독당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한 바 있는 하나금융이 전열을 가다듬고 새한 인수를 통해 ‘재수’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한인은행 특유의 지배구조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새한을 인수하려는 하나의 태도를 보면, 미국 한인 이민 역사와 관련된 책 한 권이라도 읽어봤는지 묻고 싶어질 지경이다. 한인 이민 역사를 알아야 현지 정서를 깊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하나는 자산 기준 1/600도 안 되는 작은 은행이라며 만만히 보고 덤볐다. 기존 주주에 대한 ‘예의상’ 마지노선인 주당 35센트보다 턱없이 낮은 27센트를 제시, 새한 이사회 안팎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결국 또 한 번 고배를 마셔야 했다.
새한 인수 실패 뒤에도 김정태 회장을 포함한 하나 고위층들은 ‘미국 교민 시장 진출’ 의지를 내비치면서 대타를 찾아 여기저기 살피고 있지만, 이번 해프닝으로 ‘예습’을 거친 다른 한인 은행들은 여러 카드를 준비해 놓고 있는 등 호락호락 할 상대가 아니다. 닮은 점이 많으면서도 이질적인 한인 사회 현지 문화를 철저히 존중하고, 서울의 일개 지점 규모 사이즈라고 할지라도 한인들의 피와 땀이 고스란히 담긴 은행이라는 인식의 바탕 없이는 다음에도 필패다.
보다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발전 전략도 가져와야 한다. 하나금융 측은 새한을 인수 하면 한국의 발달된 IT기술을 도입해 편리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까다로운 금융환경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한국처럼 금융감독 기관과 유착해 ‘땅 짚고 헤어치기’ 식으로 돈벌이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커다란 오산이다.
은행을 성장시키겠다는 진심이 담긴 성장 로드맵과 함께 한인 커뮤니티와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커뮤니티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인지에 대한 세부적인 전략 없이는 “싼값에 사간다”는 반대여론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이번 하나와의 협상 과정에서 새한은행 역시 이사회의 약점을 드러냈다. 이사회 의결 사안들이 일부 대주주의 반대에 부딪쳐 번복되는 등 한인 은행권에서는 ‘새한의 의중은 이사회 밖 대주주들에게 물어보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
새한에만 해당하는 문제는 아니지만, 전문성이 결여된 이사회로는 원칙과 소신에 따른 은행 경영이 불가능하다. 결국 인수합병 소식이 들릴 때마다 불안에 떠는 건 힘없는 은행 직원들뿐이다.
<이일표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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