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 판다.”
장사가 너무 잘 될 때 하는 말인데 요즘 현대기아차가 그렇다. 지난해 미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100만대 이상 팔았을 뿐 아니라 110만대도 넘어섰다. 올 들어서도 현대기아차 그룹은 매달 월간 판매 신기록을 세워가며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만약 공급이 충분했다면 이보다 더 많은 판매 신기록도 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고 ‘아우’ 기아차는 ‘형님’ 현대차보다 혹시라도 더 많이 팔까봐 오히려 페이스를 조절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낮은 품질로 인해 코미디의 소재로까지 등장하던 걸 감안하면 실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어제오늘 현대차에 비상이 걸렸다. 다름 아닌 지난 4월, 사고로 2012년형 엘란트라의 사이드 에어백이 터지면서 그 때 튀어나온 한 금속 물체에 의해 운전자의 왼쪽 귀 절반이 베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베었다’는 표현이 영어로는 ‘Slice’라고 돼 있는데 듣기에 따라서는 귀 절반이 잘려져 나갔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을 만큼 끔찍한 사고다. 화가 난 운전자는 연방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신고를 접수했고 NHTSA는 우연히 벌어진 일회성 사고인지, 아니면 엘란트라 차 자체의 구조적 문제 때문인지 당장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아직 조사 초기 단계여서 NHTSA와 현대차 측은 말을 아끼면서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만에 하나라도 차체 결함에 의한 사고가 아닐지 현대차가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금은 연일 USA투데이나 LA타임스와 같은 미국 주요 언론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지만 이는 불과 몇 년 사이 일일 뿐, 미국 진출 이래 20년 가까이 불량차의 대명사로 통해왔던 현대차 아닌가.
혹시라도 이번 일이 각고의 노력 끝에 조금씩 쌓아가기 시작하는 좋은 이미지에 누가 되지 않을지 현대차는 불안에 떨며 지켜보고 있다. 아니, 이같은 사실이 AP 통신이나 월스트릿저널 등 주요 언론에 보도되면서 현대차는 이미 적지 않은 이미지 손상을 입은 듯하다.
사실 지난 몇 년 동안 현대기아차가 승승장구하는 동안에도 현대기아차에 대한 운전자들의 불만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현대차는 그동안 쉬쉬하며 숨겨왔다. 가장 많은 것이 딜러나 정비업소에 A/S를 맡기면 최소 3주에서 2달 정도 기다려야 수리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부품을 구할 수 없어 수리를 할 수 없다는 게 이유인데, 그 동안 운전자가 불편을 겪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렌터카 비용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얼마 전에는 노스리지에 사는 한 운전자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요즘 한국차가 많이 좋아졌다기에 엘란트라를 샀는데, 차를 산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며 신고를 했지만 아예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쏟아놓기도 했다.
‘호사다마’라고 했다. 좋은 일에는 탈이 많다는 뜻인데, 좋은 일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많은 풍파를 겪어야 하다는 뜻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글로벌 브랜드로 우뚝 서고 있는 현대차가 이번 일을 계기로 품질과 AS에 한층 더 노력해 포드와 도요타를 넘어서는 최고차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정대용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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