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은 많이 해도 아깝지 않은 것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12명이라도 하고 싶은 것이 저희들의 심정이죠.”
리버사이드 카운티 페리스 거주 김기철·김영란씨 부부가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다. 이들 부부는 지난 15년간 한 명도 하기 힘들다는 입양을 6명이나 했다.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김씨는 세리토스 집을 담보로 재융자해 아이들을 입양했으며 모기지 페이먼트를 줄이기 위해 세리토스에서 페리스로 지난달 이사했다. 김기철씨는 “한 아이를 입양하는 것은 인생의 경로를 송두리 바꿔놓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할수만 있다면 더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들 6명의 아이들이 부르는 ‘엄마’와 ‘아빠’ 호칭에는 존중과 사랑이 담겨 있었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커서 의사가 돼서 엄마, 아빠같이 많은 아이들을 입양하고 싶어요”라고 당당히 말한다. 아이들 표정은 김씨 부부로부터 받은 사랑으로 인해 밝기만 했다.
이들 가족 취재 후 일주일 뒤인 지난 5월1일, 남가주의 대표적 주류 대형교회 중 하나인 레익 포레스트 소재 새들백교회에서는 한인 교인들을 위한 입양 사역 세미나가 있었다. 입양 단체 관계자 및 입양 가족 등 100여명이 모인 이날 현장에는 북한, 캄보디아, 탄자니아 등 극빈국 고아들을 위한 비영리재단 한-스나이더 재단의 샘 한(67) 대표도 참석했다.
골수암 투병 생활 중에도 고아들을 돕는 데 앞장서고 있는 그에게서 일주일 후 연락이 왔다. 그동안 암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했고 퇴원하자마자 재단 사무실로 향한다고 했다. 짧은 통화였지만 그의 목소리에서는 고아들을 돕는 일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고아들을 돕는 일은 매우 소중한 일”이라며 “힘들지만 이 일을 계속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의 삶은 지난 2010년 AP 등 주류 언론에도 소개되며 한인의 위상을 높인 바 있다.
본보의 입양 시리즈가 보도된 후 미시간에 사는 한 한인 여성은 기자에게 김씨가 아이들을 입양했던 경남 김해시 ‘방주원’ 연락처를 물으며 입양에 나서겠다고 했다. 다른 남가주 한인은 김씨 가족에게 장학금을 기부하기도 했다. ‘목적이 있는 삶’의 저자인 릭 워렌 새들백교회 담임목사도 기자에게 자신이 시무하는 교회 소속 몇몇 한인 가정은 타인종 고아들을 입양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인들이야 말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열정이 있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빛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세상이 점점 개인주의로 물들지만 의외로 나눔을 전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중에는 많은 한인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오늘도 ‘나눔과 사랑의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다.
한인들에 대한 워렌 목사의 기대는 매우 컸다. 그는 “앞으로 남북한이 통일된 후 북한 고아들을 책임지는 일은 한인사회와 교회가 맡아야 합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종휘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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