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대 LA한인회장 선거가 박요한 후보 자격 박탈로 인한 배무한 후보의 당선으로 싱겁게 끝났다. 지난 30대에 이어 또 다시 무투표 당선으로 귀결된 이번 한인회장 선거는 아무리 사소하다고 생각되는 규정이라도 일단 이를 지키기로 약속을 하고 선거운동에 뛰어든 이상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엄정성을 무시한 안일한 대처가 가져온 결과였다. 모처럼 투표를 통한 한인회장 선출을 기대했던 한인들은 아쉬움도 있었겠지만, 이번 한인회장 선거는 적어도 한인사회가 원칙과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교훈을 선례로 남긴 셈이 됐다.
많은 한인들은 한인회 문제를 둘러싸고 더 이상 한인사회가 분열돼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인들이 원하는 한인회의 역할과 위상은 간단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민사회에서 한인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구심점이 되는 진정한 봉사단체로서의 한인회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나아가 큰 틀에서 한인사회의 미래를 위한 토대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비전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차기 LA 한인회는 여러 가지 풀어야 할 가장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 중에서도 핵심적인 것은 ‘노인센터 운영을 위한 9인 공동위원회 구성’과 ‘한미동포재단 정상화’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년여 동안 LA 한인회는 이 두 문제에 발목이 잡혀 허우적댔다. 일부 인사들의 반목과 고집으로 공식 개관이 지연되고 있는 커뮤니티 노인센터 문제는 한인 인사들의 일천한 공동체 정신의 수준만 보여줬다.
이민 1세대들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마련한 LA 한인회관 건물을 관리하고 있는 한미동포재단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사장과 일부 이사들이 커뮤니티의 요구는 무시한 채 연 30만달러 이상의 수입ㆍ지출 내역을 제대로 공개하지도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에 차기 LA 한인회가 제대로 된 한인회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 지 지켜볼 대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1세 한인 단체들이 하나로 뭉쳐 결집을 천명하고 나선 것은 반가운 일이다. 지난 주 LA한인회, LA한인상공회의소 등 15개 한인 단체장들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여 한인단체 협의회를 결성하고 ‘한인 정치력 신장’을 위한 연대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날 모인 단체장들은 “한인사회가 뭉치지 못해 주류사회에서 이용만 당했다”고 반성한 뒤 “정치력 신장과 공동체 이익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한인사회 공동체 정신을 구현할 소중한 기회이다. 각 단체 차기 회장들이 어렵게 구성된 한인단체 협의회의 뜻을 잘 살려 진정으로 한인사회를 위하고 권익을 대변하는 ‘봉사자의 모습’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김형재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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