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의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필생의 역작 ‘십자군 이야기’ 3권을 출간, 1,000년 전 십자군의 원정로를 따라가는 역사여행이 마침내 막을 내렸다.
이번에 나온 완결편 ‘십자군 이야기 3’은 600쪽에 이르는 대작으로 1차 십자군 결성과 예루살렘 왕국의 성립을 다룬 1권, 2차 십자군 결성과 이슬람의 대반격 과정을 담은 2권에 이어 3권에서는 예루살렘 왕국이 무너진 뒤 100여년 간 이어지는 3~8차의 십자군 원정을 그리고 있다.
이야기는 성도 예루살렘을 다시 잃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지자 서방 각국이 3차 원정대를 꾸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신성 로마제국 황제 프리드리히 1세에 이어 영국의 사자심왕 리처드 1세와 프랑스왕 필리프 2세가 출전하고 이슬람의 영웅 살라딘이 수성에 나선다.
4차 십자군은 전쟁의 목적이 어떻게 변질하는지, 아니 진짜 목표가 어디에 있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를 낳았다. 해상왕국 베네치아가 참전하며 엉뚱하게도 같은 기독교 국가인 비잔틴제국(동로마제국)을 점령해 라틴제국을 세운 것이다.
8차에 이르는 십자군 원정은 결국 무참한 실패로 끝난다. 그러나 진정한 승자는 역사가 가려줄 뿐이다. 기독교 세계는 다시 유럽으로 축소되고 100여년 뒤 동로마제국마저 이슬람에 의해 멸망하지만 16세기 이후로는 승승장구한다.
시오노 나나미의 책을 읽다 보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역사의 현장에 뛰어든 듯하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영웅들의 모습과 전투 장면을 이처럼 생동감 있고 박진감 넘치게 묘사할 수 있는 작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시오노 나나미 특유의 통찰도 돋보인다. 역사에 가정이 무의미하고 선악의 구분도 부질없다지만 오늘날 인류가 역사 속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는 냉철하게 짚어준다.
송태욱 옮김. 차용구 감수. 문학동네. 6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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