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9일자 본보(서울판) 1면에 보도된 한국노인들의 은퇴 실태는 매우 충격적이다. 하루 5시간 아파트를 돌며 시설 점검해주고 한 달에 60만원 받는 토지주택공사의 임시직 모집(2,000명)에 고령자 1만9,000명이 몰려온 모양이다. 더구나 이들 중에는 박사, 석사학위 소유자도 있고 유명기업 임원 출신도 꽤 많았다고 한다. 한 달에 60만원은 달러로 계산하면 500달러밖에 안 된다. 한 달에 500달러 벌려고 1만9,000여명이 몰려들었다? 미국에서 보면 납득이 안 되는 현실이다.
집에서 지내기가 심심해서 몰려든 고령자들이 아니다. 먹고 살기 위한 생계가 어려워서 바닥 직업을 마다하지 않는 이른바 ‘노인 백수’들이다. 100세 시대가 열리고 있는데 은퇴 후 30-40년을 먹고사는 문제로 고통을 받는다면 오래 사는 것이 복이 아니라 지옥이다. 한국의 직장 은퇴는 54-57세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고령화 사회가 열리고 있다.
게다가 자녀들은 점점 부모부양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 이 세 가지 조건이 빨리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노인들이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유럽과 일본은 직장 은퇴가 65세다. 미국은 제한이 없다. 나이 많다고 직장에서 쫓겨나면 피고용인이 직장을 고소할 수 있다. 미국도 노인들이 살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65세가 넘은 노인들은 49퍼센트가 극빈자 기준을 겨우 넘는 수준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극빈자 기준(Poverty Line)은 매년 발표되는데 2012년은 1인(배우자 없는 독신)이 연소득 1만1,170달러, 부부가 1만5,130달러인 경우다. 한국은 기초노령연금 선정기준(극빈자)이 배우자 없는 노인은 한 달 수입 70만원 미만, 부부는 112만원으로 나와 있다.
극빈자 기준에서는 한국과 미국이 약간 차이가 있으나 연금 수령액에서는 엄청나게 다르다. 한국은 극빈자들이 정부로부터 한 달에 9만원(80달러 정도)밖에 못 받지만 미국은 극빈자라 해도 한 달에 900달러 정도는 받는다. 게다가 SNAP(푸드 스탬프)이라 하여 생계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음식을 정부가 제공한다.
미국은 무엇보다 소셜시큐리티 제도가 있어 67세(과거 65세)가 넘으면 보통 정부에서 1,200-2,300달러의 연금이 나온다. 소셜시큐리티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1년에 4,480달러 이상 봉급을 받으면서 10년 이상 국가에 세금을 낸 사람이기 때문에 이민와서 장사하며 세금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한인들은 소셜시큐리티를 못 받는 경우도 있어 극빈자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된다. 한국에는 연령에 따른 소셜시큐리티 제도가 없다. 그래서 퇴직금을 다 까먹은 ‘노인 백수’들이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한국노인들의 자살률이 왜 세계 1위(OECD국가 중)인지 이해가 간다. 고령화가 너무 급속히 진행되는 바람에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대공황 때 겪은 노인문제를 지금 한국이 겪고 있는 것이다.
인생은 마라톤 경기다. 중간에서 처지고 엎어졌더라도 골인지점에 1등으로 들어오면 우승자가 된다. 출발과 중간지점에서 각광을 받으며 선두에 섰던 사람이라도 골인할 때 뒤처지면 실패자로 간주된다. 젊었을 때 아무리 잘나가던 사람이라 해도 60세가 넘은 후 비참해지면 그의 인생은 불행한 인생으로 묘사된다.
100세 시대와 더불어 ‘노인 백수’시대가 열리고 있다. 2세들은 부모들이 겪고 있는 오늘의 현실을 거울삼아야 한다. 부지런히 저축해야 100세 시대를 웃으면서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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