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대학생 이 모씨는 최근 한인친구 집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친구의 집에는 마리화나로 만든 브라우니, 캔디, 쿠키 등 다양한 형태의 식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친구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피우는 대신 먹는 것”이라며 하나를 건넸다. 당시 마리화나라는 소리에 깜짝 놀라 거절했던 이 씨는 학업 등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면 ‘한번 시도해 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고 한다.
한인사회에 각종 형태의 마약이 점점 깊게 침투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인사회에서도 마약을 처음 접하는 나이는 점점 어려지고 있는 반면 마약을 끊는 나이는 점점 늦어지고 있다.
아시안 아메리칸 약물남용 방지 프로그램(AADAP)에서 매달 마약 재활 프로그램에 고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10여명의 한인들 가운데 가장 어린 나이는 11세이다. 아직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 어린이는 바쁜 부모가 자신에게 관심을 쏟아주지 못하는 사이 대인관계와 외로움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마약을 시작했다고 한다. 아들이 불안증세를 보이고 감정 기복이 잦아 이상하게 여긴 부모가 사실을 확인했을 때 아이는 이미 마약에 손을 댄지 1년이 넘은 중증이었다.
이런 사례는 나이가 조금 어리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유별나게 특이한 경우도 아니라고 한다. 한인 중독증 치료센터를 이끌고 있는 이해왕 선교사는 이미 숱한 12~13세 한인 청소년들이 마약 문제로 중독증 치료센터를 방문한 적이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한인사회 차원에서 마약중독 문제 해결을 위한 적절한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한인사회 마약 중독자의 규모는 정확한 파악이 힘들다. 치료를 받는 인원이 너무 적은 탓도 있지만, 그보다 중독자 자신이 자신을 중독 상태라고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많으며, 무엇보다 지난 10년 간 한인사회 마약 남용 실태에 대해 심층적인 조사가 행해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약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한인사회는 중독자들에게 제대로 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개 스트레스나 중압감 등 심리적인 문제로 마약 복용을 시작하지만, 마약을 끊고자 할 때는 의지력 차원을 넘어서기 때문에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한인사회에서는 개인의 의지력 싸움으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강해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인사회에서도 마약중독은 더 이상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대처하는 커뮤니티 차원의 공감대가 필요하다.
<허 준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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