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시가 총기 폭력 사고 급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12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카고 저소득층 밀집지역인 남부와 서부 주택가에서 지난 주말 총기 폭력 사고로 8명이 숨지고 최소 35명이 부상했다.
시카고 시는 이 지역에 경찰력을 증강배치키로 했으나 지역 주민들은 이에 대해 기대 반, 회의 반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총기 폭력 근절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서지 않는 한 경찰력 증강은 임시 방편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월 1일부터 5월말까지 이 곳에서는 총 203건의 총격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해 같은 기간의 134건보다 약 50% 증가한 수치다.
이 지역은 시카고 시가 자랑으로 내세우는 초고층 빌딩숲의 건축미와 미시간호변의 정취, 그리고 나무가 우거진 공원의 평화로움으로부터 괴리되어 있다.
그러나 도심에서 수마일도 채 떨어지지 않은 이 곳에서 연이어 들리는 총성은 도시 전체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은 폭력조직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시카고 경찰국과 함께 대안을 마련했다.
이들은 시카고 남부와 서부 주택가에 수십명의 특별 위장 경찰을 배치하고 정복 경찰을 다수 포진시킨다는 계획이다.
또 팻 퀸 일리노이주지사는 지난 11일 ‘일리노이 길거리 폭력조직 통제법안’에 서명했다. 이 법안은 폭력조직활동의 일환으로 수행된 범죄에 대해 가중 처벌을 내림으로써 범죄 조직을 약화시킨다는 목적으로 제정됐다.
일각에서는 지난 겨울 이상고온 현상이 총기 폭력 사고율을 부추겼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를 구차한 변명으로 일축했다.
그보다 시카고 폭력조직 자체에 극적인 변화가 있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시카고 경찰은 "과거에 이들 폭력조직은 상하 위계질서가 확고했다. 그러나 경찰 단속 강화로 지도부가 체포되거나 유죄판결을 받고 수감되면서 조직이 분파되기 시작했고 질서도 와해됐다"면서 "그 누구도 폭력조직을 제어하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게리 맥카티 시카고 경찰국장은 "거대 폭력조직이 작은 분파로 나눠지면서 파벌간 갈등이 배로 증가했다"면서 "이들은 총기를 소지하고 있고 결국 이를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뉴욕 경찰국과 뉴저지 경찰국을 두루 거친 맥카티 국장은 "시카고 폭력집단은 뉴욕이나 뉴저지 폭력집단에 비해 훨씬 더 영역을 중시하고 이에 대해 엄격하다"면서 "즉 라이벌 조직의 영역에 침입할 경우 문제가 생긴다"고 부연했다.
시카고 경찰은 "길 건너에 라이벌 집단의 조직원이 보이면 무조건 총을 쏘는 식"이라고 전했다.
시카고 시가 지난 2010년말 최극빈자를 위한 공공주택단지를 철거한 것도 총기폭력사고 증가의 한 원인으로 해석됐다.
이 공공주택단지는 조직폭력집단과 마약밀매단의 집합장소로 사회적 골칫거리였으나 이 곳이 철거되고 폭력조직원들이 도시 곳곳으로 분산되면서 외려 문제가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미국의 재정 위기로 버려진 수천 채의 집에 흩어져 살게 됐고 패권 다툼을 시작했다.
경찰은 "이 지역 주민들은 조직폭력배 간의 총격 싸움에서 빗나간 총알이 창을 뚫고 들어올까 두려워 집안에서도 창문 근처에는 머물지 않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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