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메카’ 할리웃에서 한국영화제가 열린다. 안성기와 이병헌이 할리웃 한복판에 핸드 앤 풋 프린트를 남기고 한국을 대표하는 이창동, 박찬욱, 김지운 감독이 관객들을 만난다. 바로 이번 주말 열리는 ‘룩이스트 페스티벌’(Look East Festival)이다.
영화제가 열리는 그로만 차이니스 디어터는 할리웃 영화의 시사회장으로 명성이 자자한 꿈의 극장이다. 게다가 개막식 참석의사를 밝힌 VIP리스트만 봐도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영화의 위상에 걸 맞는 규모다. 이번 영화제를 손꼽아 기다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해마다 할리웃 인근에서 한국영화제가 열려왔다. 영화제 주최 측이 끊임없이 바뀌면서 단발성에 그치는 현실에 씁쓸함이 밀려왔지만 그래도 한국 영화제는 쭉 이어졌다. 가장 기대감이 컸던 영화제가 2010년 정창화 감독이 집행위원장으로 뛰었던 제1회 LA한국국제영화제다.
수년 째 UCLA와 USC가 열어왔던 한국영화제와는 그 의미가 남달랐다. 당시 정 감독은 LA에서 한국인의 문화적 위상을 높이는 데는 영화제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사비를 털어 영화제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해 연재됐던 ‘정창화 감독의 액션영화에 바친 60년’에서 정 감독은 “2010년 제1회 LA한국영화제의 정부지원금은 정부에서 형식적으로 지원해준 3,300만원과 문화원 지원금 1,200만원이었다. 다른 영화제에 억 단위 지원을 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궁색하고 초라하기 그지없는 수준이다”고 밝혔다.
이어 초창기 약 5년간은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지만 더 이상 영화제는 열리지 않았다. 원로감독의 한국영화에 대한 열정, 후배를 위해 무언가 남기고 싶다는 단언에도 역시 ‘1회성 영화제’에 그치고 말았다.
그나마 ‘미니 부산국제영화제’를 표방한 부산웨스트가 2009년과 2011년 채프만 대학에서 열리긴 했다. 아시아 최고의 영화 축제라는 부산국제영화제가 미국의 한 대학에 국한된 것이 안타깝지만 격년이라도 명맥을 이어간다면 나쁘진 않다.
할리웃에서 한국영화제를 사수하려면 미주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들이 줄줄이 스폰서로 나서고 미주 한인들은 티켓 구매로 극장을 꽉 채우는 것이 모양새가 가장 좋다. 여기에 한국정부가 지원금을 ‘억’ 소리 날 정도로 밀어주면 이보다 좋은 것은 없다. 한국영화의 세계화와 미주 한인의 문화적 위상 제고라는 겉치레도 필요 없다. 그냥 잔뜩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한국이 이 정도’라고 보여줄 수만 있으면 된다.
<하은선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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