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제 - 영 파워
▶ 게이밍 노트북 업체 `HID’ 테드 김 대표
업그레이드 랩탑 원하는 게이머 수요 간파
세계 곳곳서 밀려드는 주문… 제약회사 사표
“순식간 큰 회사 부담 크지만 한단계 더 도약”
“부모님 학비 부담을 덜어주려 시작했던 아르바이트가 이렇게 큰 사업이 될 줄은 저도 몰랐어요” 정말 그랬다. 아직 앳된 얼굴의 테드 김(27) 사장은 UC샌디에고 재학 시절, 친구들이 그랬던 것처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 전선에 나섰다. 그러나 남들과는 다른 방식이었다. 2007년께 아이폰이 미국에서만 유통되던 때라 해외에서 아이폰을 구매하고 싶은 소비자들이 많다는 것을 간파하고는 전자상거래 웹사이트 이베이(EBAY)를 통해 아이폰 판매에 나섰다.
거래 한 건당 많게는 150달러씩 통장으로 들어오는 재미에 푹 빠졌다. 그는 당시를 “친구들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벌던 것보다 훨씬 많은 액수였다”고 말했다. 진짜 기회는 다음에 찾아왔다. 평소 비디오 게임에 열광하는 게임광이었던 그는 어느 날 자기 같은 게임 매니아, 디자이너, 교수, 건축설계사 등이 시중 랩탑보다 성능이 월등한 랩탑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파악하게 된다. “니시(niche·틈새)시장이면서도 수요가 증가하겠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전 세계적으로 비디오 게임 시장이 확대되고 있으니까요”
처음에는 이베이를 통해 들어오는 주문에 따라 부품을 구입, 집안 한 구석에서 조립을 해 배송했다. 인터넷 상에서 입소문이 나자, 삽시간에 주문량이 늘면서 회사 설립을 결심하게 된다. 생물학과가 전공인 김 사장은 졸업 후, 당시 유명 제약회사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망설임도 없지 않았지만 시장의 장래를 보고 과감하게 사표를 냈다. “주문 전표가 늘어나는 것을 보고 확신이 들었죠. 젊음을 던져볼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김 사장은 2009년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들어 HID 에볼루션사를 설립하고, 미국 유명 랩탑 도매, 업그레이드 랩탑, 게이밍 랩탑 판매사업에 뛰어든다. 설립 3년만에 지난해 매출 1,000만달러를 넘어섰다. “사실 처음에는 이 정도가 될 줄 상상도 못했어요. 당시 전 세계에 게임 열풍이 불면서 고화질 게임에 적합한 랩탑을 찾는 소비자층이 형성됐던 거예요. 이 점을 놓치지 않았던 거죠”
HID 에볼루션사의 현재 고객 분포를 살펴보면, 미국을 제외한 해외시장이 매출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해외에서 더 유명한 기업이 됐다. 현재까지 호주, 영국, 러시아, 중국 등 전세계 80여개국에 고정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재미있는 종착지도 많다. 아프리카는 물론이고 북극 바로 밑 외딴 섬에서도 주문이 들어온다. 그밖에도 미국 내 인텔, 구글 그리고 각종 대학교들도 김 사장에게 업그레이드 랩탑을 주문하기도 했다. 업그레이드 랩탑이란, 일반 시중 랩탑에 소비자가 요구하는 특정 기능을 추가해 성능을 강화한 특수 랩탑이다. 공급처가 한정되어 있어 마진도 엄청나다. 파키스탄에 현지 영업점이 있는 HID는 앞으로 한국과 중국시장을 타겟으로 시장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김 사장은 서른도 안 된 나이에 부담감도 크다고 털어놓았다. 너무 순식간에 커버린 기업의 사장이라는 직함이 여전히 낯설다. 이런 부담감을 이겨내는 건 오직 ‘열정’뿐이라고 김 사장은 말한다. 그의 가족들은 “가족여행을 가더라도 주문 확인, 부품 구매작업을 하느라 컴퓨터 앞을 떠나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로 ‘일벌레’다.
얼핏 보기에도 그는 1,000만달러 매출을 올리는 기업의 설립자로 전혀 보이지 않는다. 수백만장자가 됐지만 그는 여전히 구형 도요타를 몰고 다닐 정도로 검소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젊은 나이에 성공한 여느 사업가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아직 성공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럼 언젠가는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김 사장은 한 단계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자신만의 게이밍 랩탑을 브랜드화 해 전 세계에 판매할 계획이다. 이미 대만의 컴퓨터 제조업체와 디자인 협의를 마친 상태다. 이를 위해 더 넓은 공간으로 회사 이전도 계획하고 있다. 애플 같은 최고의 기업, 스티브 잡스 같은 최고의 사업가이자 ‘크리에이티브’가 되겠다는 부푼 꿈을 간직하고 있다.
<이일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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