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60에이커 규모의 우리농장 포도 농지에는 이영식 대표가 재배에 성공한 안양 머루포도가 베이커스필드의 뜨거운 햇볕을 받고 탐스럽게 영글고 있다. 이 대표가 10일 안양머루포도를 손질하고 있다.
한국 포도와 강원도 찰옥수수를 미국에서도 맛볼 수 있게 됐다. 지난 2009년 한국 안양포도와 머루포도를 접을 붙여 재배에 성공한 바 있는 베이커스 필드소재‘우리농장’(대표 이영식)은 최근 강원도 찰 옥수수 재배도 성공, 시판을 앞두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우리농장이 재배에 성공한 안양 머루포도는 기존에 미국에서 맛볼 수 있던 포도와는 달리 진한 색과 머루향이 살아 있는 것이 특징. 특히 당도가 높고 적당한 산도가 가미돼 새콤달콤한 맛이 상대적으로 단맛이 적고 과육이 부드럽지 않은 미국 품종과 비교해 맛과 모양에서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0여년 노력 끝 성공
맛·향기 한국산 버금
주류마켓에도 공급
우리농장의 이영식 대표는 “최근 상대적으로 알이 잘고 타이트한 안양 머루포도의 단점을 보완해 새 품종 재배에 성공했다”며 “알이 큰 거봉 스타일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두 배 굵기의 알을 재배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새 품종은 미주 한인시장을 목표로 내후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판 될 예정이다.
현재 우리농장에서 연간 생산되는 안양 머루포도는 약 100만파운드. 이 중 50만 파운드가 동부의 한인 마켓에 납품되며 LA 근교로 20만파운드가 출시된다. 농산물 전문 마케팅회사 ‘파지오’(Fazio)가 30만파운드를 받아 본스, 랄프스 등 주류 대형 마켓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 대표는 “안양 머루포도는 한국과 기후와 토양이 다른 베이커스필드에 뿌리 내리기 위해 한국을 오가며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구하고 직접 시험 재배를 하는 등 지난 10여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성공한 품종”이라며 “기존의 안양포도보다 당도를 더 높이고 알을 크게 만든 새 품종은 한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또 우리농장은 안양 머루포도와 함께 한국 강원도 특유의 찰옥수수 재배에도 성공, 시판을 앞두고 있다.
찰지게 씹히는 맛과 알알이 달콤함과 고소함이 가득한 찰옥수수는 농학박사인 최봉호 교수가 한국에서의 맛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미국에서 오랫동안 연구 결과로 만들어내 ‘대학 찰옥수수’라는 이름이 붙었을 정도다. 이 대표가 씨앗을 받아 오랫동안 시험 재배 끝에 일대 교배종으로는 처음으로 미국에서 대량생산에 성공해 한국으로도 역수출하고 있다. 미주 한인시장에는 올해부터 선보이게 된다.
한편 약 600에이커의 대규모 농장인 우리농장은 안양 머루포도와 찰옥수수 외에도 무, 배추, 참외, 수박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고 있으며 미 전역 한인 및 주류마켓에 납품하고 있다.
<베이커스필드 - 박지혜 기자>
“수많은 시행착오 농부 자부심으로 버텨
이영식 대표 인터뷰
“농부로서의 자부심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기 힘들었겠죠”
우리농장의 이영식 대표는 “지금의 600에이커 규모의 농장을 일구기까지, 탄탄대로만 걸어온 것은 아니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무, 배추, 포도, 옥수수, 참외, 수박 등이 영그는 우리농장의 첫 시작은 60에이커 규모의 배추농장이었다. 1986년 첫 시작 이후 이 대표의 땀과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우리농장’은 지금처럼 10배 규모로 커지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 좌절도 함께 겪었다.
시작은 ‘일본 배추보다 더 좋은 품종을 개발하겠다’는 이 대표의 각오였다. 일본인 소유의 배추농장에 가서 씨 뿌리는 것을 몰래 보고 오고 밤에 찾아가 버린 것을 주워오기도 했다. 5가지 종류의 씨를 계절별로 접목하며 연구하기도 하고 한국의 박사들을 초청해 자문도 구했다. 그러다 89년, 중앙종묘 박현경 박사와 3년간 연구를 함께해 지금의 속이 노란 배추를 재배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밤낮없이 일한 이 대표의 노력 끝에 농장은 무, 포도, 마늘을 주력으로 재배하는 대형 농장으로 승승장구 해왔다. 그러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2002년 사기를 당해 300만달러의 손해를 입고 파산한 것.
“말 그대로 ‘쫄딱’ 망했죠. 펜 하나 남지 않았을 때니까요”
이 대표는 당시를 ‘농사꾼의 자존심으로 버텼다’고 회상했다.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땅을 조금 빌려서 무와 배추로 다시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피땀 어린 노력으로 서서히 일어서기 시작했으며 ‘포도농사로 성공하겠다’는 꿈을 다시 꾸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각고의 노력 끝에 ‘안양 머루포도’의 수확에 성공한 날의 벅찬 마음을 잊을 수 없다.
“돈벌이에만 급급했다면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밝힌 이 대표는 “우리농장에서는 단 한 방울의 농약도 사용하지 않고 100% 무공해만 재배한다”며 “미국에 사는 한인들이 이국땅에서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작물재배에 더욱 힘을 기울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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